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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티니핑>의 일본 지상파 진출이 주는 메시지는?
글. 한창완(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

국내 1위 키즈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이 해냈다. 애니메이션 슈퍼 IP를 대거 보유한 일본 지상파 방송에 진출한 것이다. 성공에 목마른 K-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해 해외 진출, 완구, 패션, 식음료,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캐치! 티니핑>의 성공 공식을 소개한다.

<캐치! 티니핑>의 한 장면 ⓒSAMG

지난했던 코로나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며, 세계 시장의 문화 소비는 ‘탈 국가’, ‘탈 경계’로 평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편평해진 인류 문화의 디지털 소통을 통해 대한민국은 ‘K-컬처’ 브랜드를 가진 문화 상품을 차세대 ‘한류’로 부상시키며, K-팝과 K-웹툰의 IP 파워를 기반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OTT 네트워크에 성공적으로 전진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토리텔링과 스타 캐릭터들의 가치를 상승시키며 패션, 화장품, 한식, 캐릭터 등으로 그 영역을 역동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애니메이션만큼은 일본이 여전히 극장과 OTT를 중심으로 독점하고 있다. 한류의 성장 모멘텀에서 유일하게 어려운 산업 영역이 애니메이션인 것이다. 현재 극장용 장편과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대부분 영유아용으로 장르적 편향성을 보여주고 있는 K-애니메이션은 한류의 가능성에서도 가장 부정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60년대 국내 지상파 TV 방송이 시작된 이후 애니메이션 시장은 일본 수입 애니메이션이 주도해 왔다. 캐릭터 라이선싱 또한 일본 상품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첨병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 IMF 시대를 극복하며 <뽀롱뽀롱 뽀로로>와 <뿌까> 등의 국내 캐릭터가 반전을 시도하고, 2010년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열며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력이 세계적 수준과 동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애프터 코로나 시대, 어려운 한국 애니메이션의 비상구를 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가능성이 구체적인 성공 사례들을 통해 최근 현실화되고 있다.

<캐치! 티니핑> 관련 오프라인 이벤트 ⓒSAMG

<캐치! 티니핑>의 약진

‘제2의 뽀로로’, ‘제2의 포켓몬’, ‘여자아이들의 대통령’ 등으로 불리며, 관련 제품의 구매 때문에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비유로 ‘파산핑’, ‘거덜핑’으로 소문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약진이 예사롭지 않다. <캐치! 티니핑>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KBS에서 방영되었던 TV 시리즈로, 이모션 왕국의 로미 공주가 친구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 원만한 관계 형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도와주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캐치! 티니핑>은 지난 2022년 11월 소니픽처스 네트워크인 ‘키즈스테이션’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어 더빙판을 2022년 12월부터 일본 플랫폼에서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국산 캐릭터가 라이선싱 상품과 함께 일본 TV 시장에 동시에 진출한 최초의 성과이며, 그 이후에도 일본 내 팬덤이 지속적인 라이선싱 확대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캐치! 티니핑>의 제작사 SAMG는 기업 공개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로 이미 2000년부터 <미니특공대>, <슈퍼다이노>, <룰루팝>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론칭해온 국내 애니메이션 1세대 기업이다.

현재 SAMG는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비롯된 캐릭터와 스토리 IP에 관련된 장난감, 의류, 화장품, 교육, 게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이모션 캐슬’이라는 종합 브랜드를 통해 완구, 패션, 식음료, 공연 분야 등 연계된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뮤지컬, 영어 키즈카페 등을 전개하는 공간 사업 전문 자회사 ‘이캐슬’도 설립하고, 추후 테마파크 ‘이모션 캐슬 어드벤처’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다.

<캐치! 티니핑>의 최신 시리즈 <알쏭달쏭 캐치! 티니핑> 포스터 ⓒSAMG

작은 내수 시장이라는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

SAMG의 <캐치! 티니핑>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머천다이징 및 라이선싱 사례는 슈퍼 IP를 통해 연계된 전 산업 분야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의 확보로 연동시켜간 성과다. 또한 이는 지난한 시행착오의 노하우를 끈기 있는 양성 자본의 투자로 연계시킨 설득의 결과다. 기획, 개발, 제작, 배급, IP 확산, 라이선싱과 머천다이징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 창작 기업의 성숙 과정은 매 단계마다 많은 실패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국내 애니메이션 수요가 영유아 시장에 한정되어 있고, 그 규모도 협소하다. 최근 출생률의 감소로 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시장의 한계를 극복한 <캐치! 티니핑>의 전략은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확장과 성장, 그런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공감해내는 수요 타깃의 정서를 정교하게 파악하고 있는 서사,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고, 서로가 세대를 공유할 수 있는 캐릭터들의 배치가 더욱 지속적이고 강력한 팬덤으로 형성된다.

또한 MZ세대가 키우는 알파세대의 차별적 시장을 스토리와 캐릭터로 설계한 ‘세대 맞춤형 상품 소통’이 결국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인지되는 VOD 구매로 연동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추후 영·유·아동이 10대를 거치며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도 ‘키덜트’로서 팬덤을 유지·확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스토리의 기능성과 캐릭터의 기억으로 체화시킨다.

액션 로봇물 <메탈카드봇> ⓒSAMG

<캐치! 티니핑>이 K-애니메이션 산업에 던진 희망

최근 SAMG는 6세 남아를 대상으로 한 액션 로봇물 <메탈카드봇>을 론칭하고, 초등학생들이 주목할 신규 애니메이션도 계획 중이다. 젠더와 연령대를 특성화시키고 융합하는 IP 전략은 일본 시장을 비롯해 동남아와 중국 시장까지도 진출, 성공적인 라이선싱 사업들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북미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특히 틈새 OTT 플랫폼의 전문화된 배급 네트워크를 통해 정확한 타깃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경로를 특화시키고, 그러한 시청 경험이 연계 상품 구매와 테마파크의 경험으로 연동되도록 IP의 현실적 체험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캐치! 티니핑>은 앞으로의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져야 할 방향, 탈 국적화 및 탈 인종화의 표준화된 라이프스타일의 차세대 공략,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의 더블 타깃 전략, 키덜트로의 확장 전략 그리고 연계 머천다이징의 프리미엄급 고급화 전략, 어그리게이터의 융합 편집 전략 등의 새로운 모형들을 국내 애니메이션 기업들에게 벤치마킹의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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