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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해외 진출에서 위버스가 갖는 의미는?
글. 김도헌(대중음악평론가)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가 ‘글로벌 팬덤 백화점'의 면모를 갖추면서 다양한 커머스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K-팝이 음원, 음반, 굿즈, 콘서트를 통해 해외에 진출했다면 위버스는 ‘글로벌 팬덤 라이프 플랫폼’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K-팝 해외 진출에서 위버스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자.

©Shutterstock

위버스는 전 세계 246개 국가 및 지역에서 5,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이다(2022년 기준). 포스팅 수는 3억 3,000만 건을 돌파했으며, 매출은 2021년 기준 2,394억 원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2,212억 원, 순이익은 78억 원이었다.

2023년 위버스의 1분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36만 명으로 3분기 연속 10% 이상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이브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위버스의 실적도 고성장 중이다. 특히 하반기 들어 수익 모델로서의 위버스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팝 팬덤 플랫폼이자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위버스다.

방탄소년단의 대성공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만끽하던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는 고민이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 수익은 콘텐츠, 음원 및 음반, 굿즈 판매다. 콘서트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이 분야는 대부분 아웃소싱에 의존한다. 음반을 사는 곳, 공연을 예매하는 곳,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 가수의 일상을 공유하는 곳이 모두 다르다. 하이브 소속 가수의 콘텐츠를 지속 공개하고 관련 상품을 상시 판매하며, 공연 예매를 가능케 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파편화되어 있는 팬덤의 경험을 하나로 모아 데이터로 정리할 필요도 있었다. 소속 가수의 팬 성향을 타 기업의 판매량을 통해 정리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지금까지 K-팝 엔터테인먼트의 보편적인 흐름이었다.

하이브의 자카르타 지사 ©Shutterstock

팬덤 경험을 하나로 모을 플랫폼의 필요성 대두

2019년 6월 1일, 하이브 산하 독립 법인 위버스컴퍼니가 위버스를 공개했다. 위버스는 팬덤의 활동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등장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위버스 가입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구독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아티스트 공식 콘텐츠를 모두 모아 확인하며 그중에는 다른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지 않는 독점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위버스 샵에서는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의 공식 음원 및 음반, 머천다이즈, 콘서트 티켓을 구입한다. 위버스 커뮤니티에서는 팬과 아티스트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하이브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대신 플랫폼을 먼저 만들고 그 공간에 아티스트를 입점시켜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했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을 시작으로 위클리, 피원하모니, 오마이걸 선미, CL, 스테이씨, 드림캐쳐, 블랙핑크 등 타 기획사 소속 가수도 위버스에 포함했다. 해외 아티스트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제레미 주커, 알렉산더 23, AKB48의 합류도 눈길을 끌었으며 박보영, 김선호, 김세정 등 배우들의 합류도 화제였다.

위버스의 공식 애플리케이션 소개

팬덤 플랫폼 경쟁에서의 승리

위버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팬덤 플랫폼 경쟁에서의 승리를 이끌었다. 2021년 NC소프트의 유니버스가 경쟁자로 떠올랐으나 과도한 유료 결제 유도, 복잡한 시스템, 팬덤에 대한 몰이해로 2023년 서비스를 종료한 것과 대조된다. 위버스는 팬클럽을 제외하면 전 세계 모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며, 아티스트의 팬덤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구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평균 140만 명 이상의 방문자를 유치하는 비결이다. 상시 가입제를 운영하는 아티스트도 많다. 2020년 12월 31일 개최한 공식 콘서트 ‘위버스콘 페스티벌’로 팬들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 것도 위버스 브랜드 홍보에 도움을 주었다.

성공적으로 팬 플랫폼 시대의 서막을 알린 위버스는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을 통해 성공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2021년 네이버 브이라이브 인수다. 월 3,0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거대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하이브는 2,000억 원가량을 투자, 4,118억 원을 네이버로부터 투자받으며 지분 49%를 허락하고 브이라이브 서비스를 위버스에 통합했다. 이미 K-팝 팬덤에 익숙한 서비스를 인수하며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이용자들을 흡수했다.

두 번째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이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든 하이브는 결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SM 경영권을 양보했지만, 그 대가로 SM과의 위버스 협업을 발표했다. 기존 SM엔터테인먼트의 팬 플랫폼 광야 클럽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하반기 위버스 입점을 예고했다. 디어유 버블(아티스트와 1 대 1로 소통하는 메신저 서비스)을 활용하고 있는 327명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합류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위버스의 초기 화면

위버스는 새로운 팬덤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2023년 6월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펼쳐진 위버스콘 페스티벌은 위버스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위버스 앱을 다운로드하고 가입한 팬들은 행사 현장에서 3개 품목 총 79개 상품에 각자 응원하는 그룹의 로고, 이미지, 손글씨 등을 조합한 굿즈를 만들어 주문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 현장에서의 줄서기 시스템도 흥미로웠다. 위버스 사용자들은 각자 원하는 부스에 줄서기 대기를 온라인으로 신청하여 먹거리, 굿즈 등을 구매했다. 이틀간 위버스 줄서기 서비스 이용자는 2만 명이 넘었다.

위버스는 하반기 아티스트들의 손글씨, 팬레터, 광고 제거 서비스를 포함한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출시를 통해 본격적인 수익화 모델로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팬들이 플랫폼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기획사의 주력 사업으로 거듭나려는 흐름이다. 2023년 3월 공식 디지털 화폐 젤리를 도입하고, 위버스 DM 서비스를 유료로 운영하는 등 이미 준비는 끝났고, 글로벌 팬덤을 향한 서비스 시작을 알리고 있다. 위버스의 잠재 가치는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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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에 대한 깊은 배려는 위버스의 숙제

다만 이 과정에서 팬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것은 위버스의 숙제다. 위버스 유료화 서비스 발표 이후 광고 시청, 실시간 라이브 자막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앨범 구입, 콘서트 티켓 예매 등 지속적인 소비를 요구하는 K-팝 팬덤 활동에 새로운 지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수익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콘서트 티켓에 유동적인 시세를 매기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해외 도입은 글로벌 K-팝 팬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K-팝에 꼭 필요했던 새로운 생태계 개척에 있어 위버스의 존재 가치는 크다. 기획 및 운영자들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가운데 소비자로서의 팬덤이 아닌, 아티스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아끼는 마음으로의 팬덤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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