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 N개의 생각
‘K-콘텐츠의 미래를 여는 창작자 육성’에 대한 N개의 생각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이다. 콘텐츠 창작자들을 꾸준히 배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콘텐츠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답을 구했다.

창작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

모든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대 보험에 가입되는 직장에 들어가야 취업이 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4대 보험과는 관련이 없고 취업이라는 개념이 없다 보니 취업 상태가 아니다. 고용 상태가 안정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제도들을 국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소속이 없다는 불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창작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다. 단순히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고용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은 보통 한 콘텐츠가 성공하면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성공을 위해서는 백 번의 도전이 필요하다.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백 번의 도전을 할 용기와 기회가 생길 것이다.

신용태(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

융합형 인재를 키우자

AI가 전문가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AI 시장이 더 커지면서 앞으로는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때문에 K-콘텐츠산업의 미래를 열 콘텐츠 창작자,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브리콜레르(bricoleur, 융합형 인재)’로 키워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쌓고 한 분야에 몰입한 전문가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안목과 노하우를 터득하는 실전형 전문가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모범생보다는 모험가가 되어야 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도하며 한계를 실험하고, 시도에 두려움이 없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융합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전문가들이 다가올 자동화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단순히 회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드는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시도해보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말고 임시변통으로 하면서 자신들이 정말로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를 발견하라는 것. 이렇게 하면 옆에서 같이 도와줄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무엇이든 혼자하려고 하지 말고 같이 하는 방식을 찾고 함께 이루어 나가야 미래형 창작자, 창작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조충연(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K’의 관습을 벗어나면 더 넓은 창작 세계가 펼쳐질 것

포맷은 아직도 방송가에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유수의 기관에서 방송 포맷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포맷의 세계에 대한 진입 장벽은 높은 편입니다. 글로벌 현지화를 목표에 둔 수출형 콘텐츠인 포맷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와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가장 한국적인 것부터 전혀 그렇지 않은 것까지 폭넓게 접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의 확장이 창작자들에게 요구됩니다.

최근에는 제가 일하는 씨알미디어처럼 신진 창작자들에게 포맷의 개념을 전파하고 글로벌 포맷을 만들어내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 20년 차에 처음 포맷을 접한 저도 주변의 도움으로 아이디어 확장, 그리고 IP에 대한 이해와 개발에 큰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 분야에 힘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창작자이자 멘토로서 콘진원의 ‘방송 포맷 랩’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는 포맷의 저변 확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열정 때문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거꾸로, 가장 세계적인 것을 다재다능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이 적극적으로 읽어내고 변주할 수 있을 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K-콘텐츠의 무한 확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K-콘텐츠의 미래를 열 창작자들이 K-콘텐츠의 자존감을 품되 ‘K’의 구성이나 트렌드, 제작의 관습을 과감히 벗어던진다면 우리 앞에는 보다 넓고 다채로운 창작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은이(씨알미디어 이사)

작가의 색채가 경쟁력이 되는 육성이 필요하다

웹툰계는 그동안 ‘고점’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글로벌 10억 뷰를 넘어 100억 뷰, 최고 매출액 1백억 원, 평균 수입 수억 원을 이야기하는 건 모두 ‘최고점’에 집중한 이야기다. 최고점이 높은 산업에는 가능성이 있지만, 최고점만 높은 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 그동안의 창작자 육성 역시 ‘최고점’을 겨냥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 웹툰 뒤에 ‘산업’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이제부터는 작가들의 ‘다음’을 만들기 위한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 한 번의 ‘대박’이 아니라, 작가의 이름이 증명하는, 작가의 색채가 경쟁력이 되는 육성이 현재 웹툰에 요구되는 다양성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걸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하다. 가장 대중적인 플랫폼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연재처, 대중과 작가가 만나며 만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의식까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만화는 언제나 가장 어려운 시간을 견뎌왔다. 이제는 바로 그 공간에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한 때다.

이재민(웹툰 평론가)

겸손과 박애를 잊지 않을 때 문화는 더욱 강해진다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마하트마 간디).’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 타고르가 간디에게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타고르는 간디뿐 아니라 대한민국에도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바로 ‘동방의 등불’입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일제강점기를 겪고 있을 때 힘내라며 준 선물이었습니다.

창작자 동료 여러분. K-콘텐츠의 미래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K-콘텐츠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는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전에 세계인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창작해야 합니다. 겸손과 박애를 잊지 않을 때, 문화는 더욱 강해지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윤승민(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작가)

일과 삶의 밸런스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필요

일과 삶의 밸런스는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법적으로 하루 노동 시간이 정해져 있고 추가 근무는 야근으로 추가 수당을 받도록 되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K-콘텐츠의 중요한 창작자들인 K-팝 가수들을 보면 프리랜서와 같은 개념으로, 쉬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연습과 일의 무한 반복이다. 영화계에는 이제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다. 특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퇴근하는 시스템이고 사전 제작으로 촬영 스케줄을 업무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들은 아직까지 프리랜서와 동일하게 업무가 진행된다. 적어도 음악방송에서만이라도 새벽에 일을 하고, 너무 많은 출연진들이 짧게 출연하는 시스템적인 부분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살인적인 스케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민재(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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