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새로운 진화 전략, 메이드 위드 코리아

이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아닌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 전 세계가 열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은 우리의 문화요소가 외부 창작자를 통해 글로벌 감성에 맞춰 재해석될 때 더욱 높은 파급 효과와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케데헌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외부인의 시선이다. 케데헌의 감독 매기 강은 5세 때 캐나다로 이민한 이민자이고, 주요 스태프는 한국에 대해 이해가 높은 미국 문화권 인력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K-컬처 코드를 그들의 안목으로 재해석했고, 이는 글로벌 팬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외부인 시선에서 한국적 소재를 풀어내 성공한 또 다른 영화로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감독), <미나리>(정이삭 감독) 등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낯설게 여기는 장면이나 당연하게 여기던 한국적 문화 요소가 글로벌 콘텐츠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 공동제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콘텐츠 산업은 팬코노미(Fan+Economy) 생태계를 통해 관광·식품·엔터테인먼트·테마파크 등 다양한 산업과 연관 효과를 창출한다. 실제로 케데헌에 등장한 낙산공원·남산타워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팬 투어 명소로 급부상했고,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뮤지엄+굿즈)숍의 카치 호랑이 배지 판매량은 하루 2개 수준에서 한 달 3만 8천 개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한 농심은 케데헌 라면 제품을 완판했고, 에버랜드에는 케데헌 테마존이 구성되었다(방금숙, 2025). 전종근과 김승년(2024)의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류 수출액은 141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생산유발효과는 32조 4,147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 유발 효과가 19만 2,647명으로 콘텐츠 산업이 수출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 및 취업 유발 효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는 문화 산업을 넘어 고용·관광·수출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세계 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문화강국 실현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러한 목표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보다는 글로벌 소비자의 다변화한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케데헌의 성공 사례처럼 앞으로는 국내외 파트너가 기획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해 생산-소비-확산의 전 과정에 외부 시선과 감성을 담아내야만 K-콘텐츠의 확장을 달성할 수 있다. 즉, 메이드 위드 코리아 방식이 K-콘텐츠의 새로운 진화 전략인 것이다.

메이드 위드 코리아 모델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 및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문화적 감성을 콘텐츠 생산 과정 전반에 녹여낸다는 점에서 국제 공동제작과 궤를 같이한다. 즉, 해외 제작사가 국내외 자본 및 아이디어와 결합해 현지화와 글로벌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제 공동제작의 본질적인 목적인 것이다.

국제 공동제작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협업을 촉진하는 장려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로 헝가리,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국내외 제작사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국제 공동제작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메이드 위드 코리아가 단순 구호를 넘어 실제 제작 현장에서 실현되도록 지원하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국내외 제작사 모두에게 더 큰 창의적 가능성을 열어주고,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에 대한 학문적, 실무적 유형화 시도는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시행된 국내외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는 크게 세제 혜택, 양자/다자 공동제작 협정, 로케이션 및 제작 인프라 지원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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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글로벌 공동제작 인센티브 유형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 유형 #1: 세제 혜택

먼저 세제 혜택은 제작비용의 일정 비율을 환급하거나 세액 공제 형태로 지원하는 것으로, 제작사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인센티브 제도다. 예를 들어, 헝가리의 경우 영화에 대해 요건이 충족된 총제작비의 30%를 현금으로 환급해 주고 있는데, 헝가리 외에서 집행된 제작비용도 인정해 주는 파격적인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세제 혜택은 헝가리 내 등록된 영화 제작사만 가능하며, 해외 제작사는 헝가리 제작사와 계약한 경우에만 지원받을 수 있다. 캐나다 역시 연방정부 차원에서 16%의 세액을 공제해 주고, 주(州)마다 25~35%의 세제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데 특히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인력 고용에 따른 추가 공제 혜택도 병행해 국가 간 공동제작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와 방송 콘텐츠에 대해 16.5%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후반제작‧시각효과 비용 등에 대해서는 최대 30%까지 환급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해외 대형 제작사 유치를 이끌고 있다.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 유형 #2: 양자/다자 공동제작 협정

다음으로, 양자 및 다자 공동제작 협정은 여러 국가가 맺은 공식적인 협력 체계로, 공동제작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안정성과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유형이다. 예컨대 유럽에서 운영 중인 Eurimages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산하 유럽 공동제작 지원 기금(European Cinema Support Fund)으로 국가 간 영화 공동제작 지원, 글로벌 배급 확대, 문화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운영 중이다. 2025년 현재 38개국이 Eurimages에 참여해 다국적 콘텐츠 제작에 노력하고 있으며, 협약에 따라 참여국 제작사 간의 비용 분담, 저작권, 수익 배분 문제가 체계적으로 규율되고 있다. 한편,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2017년부터 양국 제작사 간 TV 프로그램 공동개발을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2023년 기준 양국의 공동개발 인센티브 예산은 19만 5천 캐나다달러로 캐나다 미디어 기금(Canada Media Fund, CMF)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포츠·예술·문화부 산하 국립 영화·영상 재단(National Film & Video Foundation, NFVF)이 각각 절반을 부담해 국가 간 공동제작을 활성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 유형 #3: 로케이션/제작 인프라 지원

마지막으로, 로케이션 및 제작 인프라 지원은 촬영지 및 대형 스튜디오 제공, 장비 임대, 후반작업 시설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 종합적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유형이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 스페인 시청각허브(Spain Audiovisual Hub)를 출범, 16억 유로 이상을 투자해 마드리드 Secuoya Studios, 알리칸테 Ciudad de la Luz 등 대형 스튜디오 확충, 촬영 및 후반 작업 장비 지원, 통합 온라인 플랫폼 운영, 각종 제작 관련 교육 및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스페인 문화부는 2024년 한 해 장편영화 지원 사업에만 6,200만 유로에 달하는 기금을 편성했고, 영화 예술진흥원을 통해 제작 단계별·지역별로 다양한 지원금을 집행했다. 영국은 할리우드 대작을 비롯한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에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 등을 비롯한 최첨단 촬영 스튜디오, 세트 제작 공간, 후반 작업 시설(VFX, 편집, 음향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해외 공동제작사가 영국에서 촬영할 때 필요한 각종 행정 절차와 촬영 허가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영국 필름 위원회(British Film Commission)와 런던 필름 위원회(London Film Commission)가 중심이 되어 촬영 허가 신청 지원, 촬영지 매칭, 행정 협조, 현지 전문가 연결 등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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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정부의 K-콘텐츠 육성 전략

(출처: 국정기획위원회(2025).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자료>)

이와 같은 국제 공동제작 인센티브는 비용 및 리스크 분담을 넘어 산업 구조 개선과 콘텐츠 확산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 공동제작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헝가리,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세제 혜택과 제작 인프라 지원, 공동제작 협정을 통해 국내외 제작사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0일 아리랑 국제방송의 특별프로그램 <케이팝:더 넥스트 챕터(K-Pop:The Next Chapter)>에서 강조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은 이러한 국제 파트너십과 창의·자율성에 기반한 공동제작 생태계 구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즉, 정부는 효율적인 공공지원과 촉진책을 통해 국내외 창작자와 플랫폼이 상호 협력하고 자율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창작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K-콘텐츠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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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메기 강 감독

(출처: 아리랑국제방송)

지금까지 한류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한류 1.0이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수출하는 형태였다면, 한류 2.0은 아이돌 스타를 중심으로 한 팬덤 현상을 기반으로 확장되었고, 한류 3.0을 통해 K-콘텐츠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서구권으로 확장되며 영화, 드라마, 음악뿐 아니라 뷰티, 패션, 게임 등으로 다변화되었다. 앞으로 펼쳐질 한류 4.0은 케데헌의 사례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제작사 및 플랫폼과 협력하는 현지+글로벌 협업 모델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적극적, 적시적 공동제작 장려 정책을 통해 한류 4.0의 성공의 밑거름을 제공하길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방금숙 (2025. 9. 1). 케데헌 팬덤, K-콘텐츠 넘어 실물경제로…팬덤 기반 펀코노미↑. <마이데일리>.
  2. 정종근·김승년 (2024). <2023 한류의 경제적 파급 효과 연구>. 서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박세진

박세진
(한양대학교 미디어학과 부교수)

한양대학교 미디어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University of Tennessee에서 Communication & Information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학회, 한국광고학회,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고, 연합뉴스TV 시청자 위원, 시청자미디어재단 공익채널 운영실적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공소통의 이해』(공저, 2024),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마케팅』(공저, 2021),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반 공공외교』(공저,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