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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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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포맷의 날개, 새롭고 직관적인 그림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박원우 작가 인터뷰

글. 오정수 (편집부) / 사진. 김성재 (싸우나 스튜디오)

포맷(format)은 드라마, 예능, 웹콘텐츠 등 방송미디어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기획으로, 방송콘텐츠 산업의 핵심 사업이다. 포맷 시장 성장에 있어 해외 포맷 수출은 꼭 필요하다. 이에 직관적이고 색다른 아이디어의 포맷은 해외시장에서 눈길을 끌 가능성이 크다. 그 예로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의 포맷이 미국 시장에 수출되어 2019년 1월 FOX TV의 <더 마스크드 싱어>로 높은 성과를 이뤘다. MBC <복면가왕>을 기획한 박원우 작가를 통해 K포맷의 방향성을 살펴본다.

<복면가왕>의 씨앗이 <더 마스크드 싱어>로 꽃 피기까지

Q. <복면가왕>의 탄생 배경은 무엇인가요?

2013년도에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보고 느낀 점은 한국 시장이 가진 한계성이었습니다. 음악적인 실력보다 스타성에 집중하는 시장이 안타까웠습니다. 실력이 좋고 좋은 음악을 선사하는 친구들이 뒤편으로 밀려난다는 사실에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기획이 바로 <복면가왕>입니다. 그 사람의 외모, 스토리, 아무것도 알 수 없게 가면을 쓰고 오로지 실력으로만 대결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러 방송사에서 거절당했던 박원우 작가의 기획은 우연한 기회에 MBC 민철기 PD에게 전달되었다. 준비 한 달만에 2015년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복면가왕>을 선보였으며, 2015년 4월 5일에 정규편성 되었다. 거물급 가수들은 물론 실력 있는 아이돌, 비(非)가수 등이 출연하여 매회 화제를 낳았고, 그 덕에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까지 포맷이 수출되었다. 이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해 <더 마스크드 싱어>로 재탄생했다. 미국 스마트독미디어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대표(이하 크레이그)는 <복면가왕>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더 마스크드 싱어>를 만들게 되었을까?

Q. <복면가왕> 포맷이 미국으로 수출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크레이그는 태국판 복면가왕을 보고 MBC <복면가왕> 포맷을 수입하게 되었습니다. 태국에서는 워크포인트 방송사에서 태국판 복면가왕을 제작했는데, 많은 제작비를 투자해 이미 훌륭한 음악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태국판 복면가왕의 인기 덕에 방송국 입지도가 7위에서 3위권 안으로 성장했다고 하니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인기는 해외 동포들에게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때마침 크레이그는 미국 LA의 태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의 딸이 “아빠, TV 좀 봐봐”라는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에 이 프로그램을 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Q. 스타드독미디어에서는 <복면가왕>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요?

스타드독미디어에서 느낀 <복면가왕>의 매력은 너무 명확해요. ‘가면’을 쓰고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미팅 당시 크레이그는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기획이 영리하다는 평을 했고, 이 가면을 이용해 ‘거대한 음악쇼’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복면가왕>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건 ‘공평한 심사’를 위해서였지만, 크레이그는 가면을 상업적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더 마스크드 싱어>는 개당 2억 원이 넘는 가면과 의상, 캐릭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헐리웃의 대형 주택을 빌려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곧 미국도 태국처럼 가면의 캐릭터를 앞세워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 K포맷에 불어온 바람은?

지난 1월 2일(미국 현지시간) 방송된 <더 마스크드 싱어> 첫 회는 시청률 2.9%를 기록해 당일 전체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총 시청자 수 936만 명으로 7년 만에 FOX TV 사상 최고 시청자 수라는 새 역사를 썼다. 동시간대 1위는 물론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18~49세의 시청률 3.0%를 기록했다. 미국 TV바이더넘버스에 따르면 미국 내 한창 인기 있는 시트콤 <빅뱅이론>이 시청률 1.0%, 총 시청자 수 691만 명인 것에 비춰 본다면,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총 10회 에피소드로 진행된 <더 마스크드 싱어> 2월 27일 방송된 최종화에서 시청자 수 1,145만 명으로 1,000만 명을 넘겼고, 시청률 3.6%를 기록하며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Q.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으로 세계적으로 K포맷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가요?

미국 시장이 곧 세계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해외 방송제작자들이 K포맷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해외 제작사는 “한국이 아이템의 노다지 땅이다”는 말을 했다고 하며, 다른 외국개발자는 1990~2000년대 한국 프로그램의 자료를 구해 차근차근 살피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시장 내 복면가왕이라는 기획의 성공이 K포맷에 대한 긍정적인 시야를 선사했고, 앞으로 K포맷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이러한 성공으로 국내 포맷 시장에서도 여러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예능 작가들도 자신의 기획에 권리와 IP를 챙기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보통 드라마 작가들은 집필 작품이 해외로 수출되거나 다양한 경로로 자신들의 작품이 판매되면 권리를 인정받아왔습니다. <더 마스크드 싱어>의 성공 전에는 예능 작가의 기획 및 아이템이 통과되면 작가료를 받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계약을 진행하자는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좋은 아이템을 기획하여 정당한 대우를 받아 포맷 개발에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포맷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하리라 예상합니다. 또 다른 변화는 해외의 제작사들이 제작되지 않은 포맷을 구하기 위해 직접 연락해오고 있습니다. <복면가왕>의 흥행으로 포맷 시장을 달구었으니 앞으로 더 흥미로운 포맷들이 개발되어 해외에 수출되는 등의 성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포맷 수출의 핵심은 ‘기획’

  • 박원우 작가

올해로 23년째 방송기획을 하고 있는 박원우 작가. 그의 눈을 통해 느꼈던 해외에 인기를 끌 만한 포맷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살펴보았다.

Q. 해외에서 통하는 K포맷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해외에서도 매력적인 포맷은 ‘쉽고 직관적이면서 새롭고 독특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통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 리얼리티, 게임·퀴즈쇼, 음악쇼, 요리쇼 등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에서 보자마자 단번에 이해가 가면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Comedy TV <맛있는 녀석들>을 보면 ‘거구의 친구들이 맛집을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이지요? 물론 해외에서 더 관심을 가지기 위한 화려함이 곁들여진다면 더 맛있는 밥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 화려한 쇼를 만드는 기술적 능력이 우리나라는 부족합니다. 그런 기술은 결국 돈의 문제일 수 있지만, 반면 뛰어난 아이디어는 월등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더 크게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Q. K포맷 수출의 방향성과 국내에서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제 경험을 빌리자면, 기획자 및 개발자와 해외 제작사들의 다이렉트 계약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전에 해외 제작사에서 메일 한 통이 왔었는데, 세계적인 포맷 전문가로 유명한 이스라엘 포맷 제작·배급사 아르모자포맷 아비 아르모자 대표였습니다. 그가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회의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메일을 보낼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K포맷 시장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복면가왕> 외에 흥미로운 포맷들이 개발된다면 저처럼 해외 제작사와 바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맷 자체에 집중하여, 좋은 포맷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쉽고 직관적인 포맷, 그리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그림의 포맷을 개발하는데 힘쓴다면 K포맷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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