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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2

SPECIAL ISSUE 2

TV + 디지털, 레거시 미디어의 메이크오버

글. 이민지(시사위크 기자)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보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에 전통 미디어를 대표하는 방송사들이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방송사들은 ‘메이크오버’에 성공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나갈 수 있을까.

매일 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다 같이 TV를 보던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은 달라진 지 오래다. TV 대신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제각기 보는 현상이 가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 이에 최근 출시되고 있는 ‘스마트 TV’는 유튜브를 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이러한 변화된 영상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이용하는 콘텐츠 유형

모바일 설문조사 기업 오픈서베이가 9월 공개한 <콘텐츠 트렌드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주 이용 콘텐츠 유형’이 동영상(영화, 드라마, SNS 동영상 등)인 비율이 47.5%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글· 텍스트 콘텐츠(책, 기사, e-book 등)가 19.6% ▲오디오 콘텐츠(음악, 팟캐스트 등)가 15.0% ▲만화 콘텐츠(웹툰, 만화책 등) 17.5%를 기록했다. 또한 동영상 콘텐츠를 주로 본다고 답한 915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콘텐츠 이용 디바이스’에 대해 질문한 결과 스마트폰이 97.5%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2위로는 TV가 67.2%를 기록했다. ‘동영상 콘텐츠 시청 장소’로는 집이 91.6%로 가장 많았으며, ▲이동 중 56.2% ▲학교·직장 36.2% ▲카페 19.6% ▲독서실· 도서관 7.7%로 나타났다.

동영상 콘텐츠 이용 디바이스

  • 스마트폰
    97.5%
    TV
    67.2%

동영상 콘텐츠 시청 장소

이러한 변화된 영상 트렌드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은 바로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전통 미디어)를 내보냈던 방송사일 터. 이에 방송사들이 변화한 영상 트렌드에 발맞추어 조금씩 진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영상 스튜디오를 갖추는가 하면, 웹드라마·웹에능 등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영상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상 트렌드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방송사로 JTBC를 꼽아도 과언이 아니다. JTBC는 2017년 7월 자체 디지털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개설해 젊을 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룰루랄라’는 유튜브 및 페이스북을 통해 <랜선 수다 쇼핑 SHOW>, <아이돌 코노 차트인> 등 여러 콘셉트의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10월 6일 기준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는 67만4,000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올해 JTBC가 선보이고 있는 OTT 영상에서 <워크맨>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웹예능 <워크맨>은 ‘세상 모든 JOB’을 리뷰한다‘는 콘셉트 아래 JTBC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가 메인으로 활약하며 네티즌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채널 오픈 약 2개월 만에 2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워크맨>은 10월 22일 기준, 구독자 308만을 보유 중이다. 이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와썹맨> 구독자 수(227만 명)을 뛰어넘는 수치다.

  • 워크맨 구독자 수
    308만명
    와썹맨 구독자 수
    227만명

    <워크맨>과 <와썹맨>의 구독자 수 (10월 22일 기준)

    출처 : YouTube

지상파에서도 변화가 돋보인다. 먼저 SBS는 2016년 ‘SBS 모비딕(Mobidic)’이라는 모바일 콘텐츠 전용 브랜드를 개설, 지속해서 젊은 감성의 콘텐츠들을 생산하는 중이다. ‘SBS 모비딕’은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형태와 젊은 시청자들을 겨냥한 영상 제작을 위해 만든 웹·모바일 전용 브랜드로,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진행하고 있다.

‘SBS 모비딕’의 대표 프로그램은 <쎈마이웨이>시리즈다. 방영 13회 만에 누적 조회수 1,200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던 <쎈마이웨이>는 지난 4월 19일 ‘시즌2’로 돌아와 현재까지 네티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쎈마이웨이>는 래퍼 치타와 가수 제아가 젊은 사연자들의 고민을 듣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찰진 입담과 따뜻한 위로를 전달하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쎈마이웨이>는 지상파의 변화를 단번에 실감케 만든다. 연애, 친구, 취업 등 젊은 세대가 겪는 다양한 고민들을 치타와 제아를 통해 젊은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옥성아 PD는 “온라인 콘텐츠의 대부분 유저들이 1824다”라고 운을 띄우는 한편 “방송국에서 만드는 콘텐츠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여성 멘토가 돼서 사회 이슈나 연애 문제 등 멘토가 될 수 있고 언니 같은 콘텐츠가 되고 싶었다”고 제작 계기를 밝힌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SBS 모비딕’은 오랜 분량의 영상을 보는 것에 쉽게 질려 하는 젊은 세대들에 눈높이에 맞춰 ‘숏폼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선보인 <농부사관학교>를 비롯 <비정규직 아이돌>, <맨발의 디바>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농부사관학교>는 국내 유일 국립 농수산대학교에 모인 각양각색 청춘 남녀들의 캠퍼스 스토리를 싱그럽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으며,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지어 관심을 모았다.

‘SBS 모비딕’은 지속적인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SBS 모비딕’ 측은 “국내 1위 인플루언서 기업 ‘케이센트’ 와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센트’는 200명의 국내 최상위 인플루언서가 전속으로 소속돼 있는 기업이다.

SBS 모바일 제작사업팀 박재용 팀장은 “MCN / 인플루언서 산업에서 양사의 협력을 통해 격변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아시아 최대의 콘텐츠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공동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KBS의 역시 ‘KBS 미디어’를 통해 자체 뉴미디어 콘텐츠를 생산 및 유통하고 있다. 올해 3월 첫 선을 보인 웹드라마 <투하츠>는 KBS 미디어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박유나, 차선우 등이 캐스팅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밖에도 tvN은 디지털 스튜디오 ‘tvN D’를 보유, 채널 개국 10개월여 만에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tvN D’는 올해 초 개편 후 현재 ‘tvn D ENT’, ‘tvN D STORY’, ‘SLICE D’, ‘ONSTYLE D’ 등의 유튜브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tvN D ENT’의 경우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 tvN D ENT
    107만명
    tvN D STORY
    163만명
    SLICE D
    64.1만명
    ONSTYLE D
    50.5만명

‘tvN D’가 네티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1534세대를 저격한 자체 제작콘텐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자로드 2>, <붕붕마블>, <더 스트롱맨: 짐승들의 대결> 등 다양한 소재를 녹여낸 웹예능은 물론 <필수 연애 교양>, <통통한 연애> 등 통통 튀는 웹드라마까지 생산해내고 있는 것. 특히 ‘tvN D’는 올해 하반기에 VR웹드라마 <고스트 브로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의 흐름에 발맞춰 지속적인 도전을 기울이는 것으로해석된다.

현재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대를 일컫는 용어가 있다. 바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모국어처럼 사용한다는 뜻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작은 정보 하나까지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이 세대가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OTT 영상의 발달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미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OTT 영상의 힘은 방송사 못지않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연구로 지난 6월 공개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4명은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 OTT 영상의 파급력을 짐작케 만드는 대목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에 생존하기 위해선 레거시 미디어를 대표하는 방송사들의 ‘메이크오버’는 의무적으로 지속돼야만 하는 숙제로 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지상파가 가진 플랫폼 힘이 워낙 막강했다. 그 플랫폼에 콘텐츠를 얹어가는 게 효과적 결과를 냈지만 현재는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질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며 “지금 지상파들에게 필요한 건 콘텐츠 중심으로 바뀐 환경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맞출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또한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사와 완전히 독립적 형태가 돼야 하고, 젊은 세대 영상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체계를 갖춰야한다”며 “기존 방송사들이 지금껏 만들어온 콘텐츠를 재서비스하는 수준으로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뉴미디어 속 자신들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발버둥 치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들. 과연 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영상 트렌드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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