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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일진에게 찍혔을 때> : 콘텐츠 레드오션 속, ‘톡’ 튀어 오르다

글. 박수인(뉴스엔 기자)

그야말로 콘텐츠 레드오션이다. 지상파 3사가 전부였던 시대에서 종편, 케이블 등 채널의 확장을 넘어 플랫폼의 경계까지 모호해졌다. 전파를 타고 수신해야만 ‘방송’이라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본방 사수를 하기 위해 TV 앞에 앉는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2019년의 시청자들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들 중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자신이 보고 싶을 때 시청한다.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도 시청률에서 맥을 못 추는 가운데 네이버 V오리지널 웹드라마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5천만 뷰 돌파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적 타깃 콘텐츠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철저히 10대를 타깃으로 설정했고 고정 시청자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요즘 10대들이 한번쯤 고민해보고 상상해볼 법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칫 학교 폭력을 연상시킬 수 있는 제목을 로맨스로 풀어내 10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2019년 버전 귀여니(인터넷 소설 붐을 일으킨 작가) 소설의 웹드라마 판인 셈이다. 2000년대 초중반, 그 시절 수많은 학생들이 웹소설 <늑대의 유혹>, <도레미파솔라시도>, <다섯 개의 별> 등을 읽었듯 2019년의 10대들은 타깃층이 확실한 웹드라마에 빠져 있다. 현실인 듯 판타지인 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학교 배경 로맨스물은 10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오글’거리면서도 보게 만드는 중독성은 하이틴 웹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다. 현실과 비슷한 배경에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 설정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선사했고 유치함이 묻어난 대사들은 손발이 오글거림에도 중도 포기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던 <일진에게 찍혔을 때> 시청자들은 어느새 지현호(강율) 파, 서주호(윤준원) 파로 나뉘어 김연두(이은재)의 러브라인을 응원한다. 왠지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유치함, 뻔한 내용인 듯 하지만 궁금해지는 전개는 하이틴 로맨스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에피소드 형식 콘텐츠

짧은 에피소드 형식 또한 10대 시청자들에게 통한 이유 중 하나다. 휴대폰으로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일상인 10대들에게 한 회 당 기본 60분, 길게는 90분 방송 분량의 드라마는 적합하지 않다. 학교, 학원, 과외 등 쉴 틈 없이 바쁜 10대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의 시간을 할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 16부작 드라마를 가만히 시청하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이다.

반면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한 회 당 10분 내외 분량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등하교 때, 수업 중 쉬는 시간,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시간, 잠들기 전 10분 등을 이용해 시청할 수 있도록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간다. 이는 드라마를 시청한다기보다는 하나의 영상을 본다는 느낌을 준다. 물리적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많지 않은 10대들에게 주 2회 10분 내외 분량의 드라마는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인 것이다.

짧은 분량 덕에 공유도 쉬워졌다. 누군가에게 어떤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추천할 때 60분 분량의 본편을 들이미는 것이 나을까, 예고편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나을까. 상대의 시청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긴 분량을 던져준다면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10분 분량의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일반적인 드라마 예고편 분량이면 1회를 시청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SNS 공유가 활발한 10대들에게는 손쉬운 접근 방법이다.

게임의 실사화

<일진에게 찍혔을 때>와 타 웹드라마가 다른 점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동명의 게임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지난 2016년 제작된 시뮬레이션 게임.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수 200만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껏 웹툰, 웹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은 많았지만 게임을 드라마로 제작한 작품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게임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신선함을 줬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는 원작이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점을 이용해 각 캐릭터의 매력을 확고히 했고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개연성 있는 서사를 만들었다.

콘텐츠 총괄 와이낫미디어 측은 “스토리 게임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타이틀은 그대로 가져가지만 게임과 다르게 등장인물들의 성장 스토리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며 “주인공들이 우정과 사랑의 감정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주목해 달라”고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그 결과 게임 속 등장인물들과 싱크로율 높은 캐릭터가 실사로 탄생했다. 신인 배우 이은재, 강율, 윤준원은 각각 김연두, 지현호, 서주호로 분해 게임 속 2D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게임으로 즐기던 이용자들은 웹드라마로 상상이 구현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됐고 <일진에게 찍혔을 때>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게임으로 조종하는 부가적인 콘텐츠를 즐기게 됐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가 콘텐츠 레드오션 속 5천만 뷰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타깃에 걸맞은 주제와 형식, 타 웹드라마와의 차별화 3박자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게임의 성공적인 드라마화는 플랫폼의 경계를 더욱 허물고, 콘텐츠 시장을 훨씬 넓히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진에게 찍혔을 때>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게임 원작 드라마 제작의 발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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