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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애니메이션 부흥을 이끌 화제작 4선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제작 지원에 힘입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에 더해 교육적 재미와 소소한 감동을 더한 세 편의 애니메이션까지, 콘진원 국산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픽’한 2023년 하반기 애니메이션 열전.

©로커스애니메이션

국내 영화계의 계속되는 침체 속에 2023년 5월 14일 집계 기준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여느 때와는 조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관객 수 500만 명을 넘긴 <스즈메의 문단속>이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잇고 있으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4위를 차지했다. 세 작품 모두 애니메이션이고, 그중 두 작품은 수많은 팬들이 유년 시절부터 사랑해온 만화와 게임 IP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경우다. ‘그럼 우리는?’ 하며 아쉬운 마음이 들던 차에 토종 IP <퇴마록>이 콘진원의 제작 지원을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농구나 게임의 스케일과는 비교할 수 없고 마블 히어로들과의 ‘맞짱’도 가능할 듯한 ‘메이드인 코리아’ 퇴마 영웅들이 2023년 K-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위해 몸을 풀고 있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퇴마록> ©로커스애니메이션

<퇴마록>만의 애니메이션 구현

<퇴마록>은 ‘오컬트 어반 판타지’ 장르 소설의 대표작이자 이미 10년 전인 2013년 기준 누적 판매량 1000만 부를 넘긴 메가 히트작이다. 1993년 하이텔에 처음 연재됐을 때만 해도 습작 같던 작품이 이토록 놀라운 잠재력을 지닌 IP로 성장할 줄은 작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한때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희대의 흑역사로 사라져버렸고, 만화 같던 스토리와 판타지는 이제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이라는 제 옷을 입게 된 셈이다. 국내 편 3권, 세계 편 4권, 혼세 편 6권, 말세 편 6권, 외전 2권까지 총 21권으로 구성된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시나리오 작업부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물론 가장 큰 관심은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퇴마록>만의 영상 미학이다. 새로운 비주얼 스탠다드를 제시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에 따라 3D의 입체감에 2D만이 전해줄 수 있는 회화적 질감을 더해 익숙한 듯하면서도 독창적인 비주얼 감성을 선사할 예정이다. 대하소설 같은 거대한 서사 속에서 해동밀교의 절대악인 서교주와 다양한 능력을 지닌 수호자들이 벌이는 상상초월 신공 대결을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이야누> ©해피업스튜디오

<이야누>, <도토리 문화센터>, <허풍선이 미술쇼>를 기대해

콘진원의 애니 콘텐츠 제작 지원 프로젝트는 <퇴마록>처럼 잘 알려진 콘텐츠 IP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후속편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HBO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최적화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해피업이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참여한 <이야누>는 2020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라이언 포지 사와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 미지의 대륙인 요루바 랜드를 배경으로 신성한 힘을 지닌 10대 고아 소녀 이야누가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모험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로 원작은 아프리카 출신의 로예 오쿠페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 콘텐츠 업계에 불고 있는 이른바 ‘블랙 파워’ 작품이라는 점, 어느 문화권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라는 점에서 OTT 배급과 이후 극장판 제작으로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도토리 문화센터> ©5브릭스

EBS를 통해 선보일 <도토리 문화센터>는 편당 26분 정도 분량, 총 26편으로 구성될 코믹 드라마다. 카카오에 연재돼 큰 인기를 얻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됐을 만큼 탄탄한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도토리 문화센터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MZ 세대와 그 부모인 X세대,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를 넘어 시니어 세대까지 전 세대의 공존과 화합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줄 현실 공감 가족 애니메이션이다.

<허풍선이 미술쇼> ©그래피직스

<허풍선이 미술쇼>는 <허풍선이 과학쇼>와 <허풍선이 음악쇼>로 이미 독창성과 교육적 재미를 인정받은 이전 시즌의 성공을 잇는 작품이다. 다시 돌아온 허풍선이 뮌하우젠 남작이 이번에는 미술관을 배경으로 암흑의 비밀협회(SOS)의 세계 장악 음모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시공을 탐험하며 예술 작품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특히 에듀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은 폭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고대 미술을 비롯한 예술·문화적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및 동양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훙원이 지원한 이 K-애니메이션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콘텐츠 IP의 가치는 문화와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자유자재로 탈장르 및 세계화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현재 작업 중인 애니메이션들 역시 다양한 콘텐츠 및 플랫폼 기업들과의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제2, 제3의 IP 개발과 제작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다. 이것이 진정한 콘텐츠 IP의 힘이며, 콘진원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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