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게임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작 방식과 창작 패러다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형 게임사부터 1인 창작자에 이르기까지 AI 도구를 활용하는 현황과, 코딩 패러다임의 변화인 ‘바이브 코딩’이 게임 개발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2024 Unity Gaming Report」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 7,0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 약 3분의 2가 AI 도구를 자신의 프로세스에 통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구를 사용하는 게임 개발자의 71%가 게임 배포 및 운영의 개선을 경험1)했다고 할 만큼 게임 업계에서 AI 활용이 일반화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다.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는 자체 AI 연구소 또는 R&D 전담 조직을 통해 인공지능을 게임 전 과정(기획·개발 서비스)에 내재화하며 더욱 고부가가치 콘텐츠로 구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LLM을 기반으로 한 ‘NPC 대화 시스템’과 시네마틱 연출 자동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엔씨소프트는 딥러닝 기반 AI 보이스와 강화학습 기반 밸런스 검증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에서 AI 전투 밸런싱을 적용한 사례를 공개하며, AI를 단순 보조가 아닌 설계 주체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대형 게임사의 자본과 인력 투입은 단순 기술 도입을 넘어, 기획·개발·서비스 전 공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 AI 설계를 지향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QA 자동화, 시나리오 생성, 유저 행동 예측 등은 AI 협업 설계의 대표 사례이며, AI와 협업하는 ‘직군 재정의’도 활발히 실험되고 있다.
중소 규모 개발사와 스타트업은 막대한 R&D 투자 대신, 공개된 생성형 AI 툴을 전략적으로 조합해 ‘속도’와 ‘독창성’을 추구한다.
콘솔 게임 <무당: 두 개의 심장> ©EVR스튜디오 홈페이지
최근 콘솔 게임 <무당: 두 개의 심장>의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주목받은 EVR스튜디오는 AI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실감나는 재미를 선사하는 반응형 캐릭터들을 선보였다. 이들은 플레이어의 상황과 인 게임 환경에 반응하도록 개발하여 더욱 능동적이고 현실감 있는 플레이를 가능케 한다.2)
필자가 소속된 대학의 학과는 졸업 프로젝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모든 학생들은 졸업 필수 과정으로 약 1년 6개월간 자신만의 게임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야 한다. 작품의 사용자 반응 및 지표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팀원들이 직접 프로그래밍하며 오픈 마켓에서 상용화 과정까지 경험한다. 이 프로그래밍 구현 과정 안에서 그간 많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에는 대다수 팀이 AI와 협업해 원하는 결과물을 구현하고 있다. 일부 팀은 기획자와 그래픽 디자이너로 프로그래머 없이 코딩을 해냈고, 스팀에 상용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게임 기획부터 밸런스 디자인, 에셋 제작 등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과거에는 기술 및 시간의 제약으로 시도조차 어려웠던 결과물들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불리는 새로운 코딩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이는 프로그래머뿐 아니라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의 작업 속도와 방식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 2월 OpenAI의 안드레아 카르파티 (Andrej Karpathy)는 X(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포스팅 했다.
“There's a new kind of coding I call "vibe coding", where you fully give in to the vibes, embrace exponentials, and forget that the code even exists. It's possible because the LLMs (e.g. Cursor Composer w Sonnet) are getting too good.”
이는 최초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규정한 포스팅으로 그는 바이브 코딩을 “완전히 바이브에 몸을 맡기고, 코드가 있는지도 잊어버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안드레아 카르파티가 2025년 2월 3일에 게시한 글 ©안드레아 카르파티 X
바이브 코딩이란 코딩을 직접 작성하는 방식이 아닌 대화형 인터페이스에서 자연어로 코딩의 의도와 목표를 설명하면 AI가 대신 코드를 작성해주는 방식으로, 혁신적으로 코딩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매우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해졌으며, 디버깅 방식 또한 프로그래머가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통해 자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코딩을 잘 모르는 기획자나 그래픽 디자이너도 자신이 설계한 내용을 빠르게 확인하며 수정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바이브 코딩의 등장은 코딩이라는 과정이 프로그래머의 스킬에만 귀속된 것이 아니라 창작자의 설계 의도와 흐름에 AI가 맞추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애니스피어(Anysphere) 사의 커서 AI3)는 가장 주목 받는 바이브 코딩의 선두주자이다. 2022년 MIT 대학생 4명이 창업했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창업 3년째인 2025년에는, 기업가치가 약 12조 원에 달하며4)100만 달러의 ARR(연간 반복 매출)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달성한 기업이기도 하다.5) 그만큼 바이브 코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서 AI는 프론트엔드, 벡엔드, 깃허브 연동, 배포까지 모두 가능한 풀스택 서비스이다. 맥락 이해가 뛰어나 가장 성공적인 바이브 코딩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은 코드를 이해하는 프로그래머가 확인하며 수행해야 할 부분이 있으나, 최근 12분 만에 웹 게임 개발을 완료한 사례가 등장할 정도로 혁신적인 성능을 보이고 있다.6)
이중 코드를 전혀 모르는 기획자는 러버블(Lovable)7)
같은 무설치 웹기반 바이브 코딩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러버블은 자연어로 원하는 내용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유려한 프론트엔드 UI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제안해 준다. 또한 사용자의 의도를 이해하여 요청한 기능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사용성이 높은 UI를 제안하기도 한다. 덕분에 기획자는 수정을 거치며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 볼 수 있으며, 데이터베이스, 깃허브 연동, API 연동까지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MVP(Minimum Viable Product) 버전을 프로그래머 도움 없이 기획자가 직접 만들어서 실험해 볼 수 있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러버블 무료 버전을 활용해 RPG chat 기능 구현을 테스트한 결과물이다.
러버블 무료 버전을 활용해 RPG chat 기능 구현을 테스트한 결과물 ©신혜련
러버블 무료 버전을 활용해 RPG chat 기능 구현을 테스트한 결과물 ©신혜련
‘RPG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대화가 가능한 채팅 화면 만들어줘. 친구의 레벨과 대표 캐릭터 아이콘이 보이고, 대화 중에 특정 아이템명을 입력하면 해당 아이템 정보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음’이라는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으로 필자가 요구한 실시간 채팅 기능, 친구 레벨, 대표 캐릭터 아이콘, 아이템 정보창까지 UI디자인이 구현되었다. 여기에 필자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으나 AI가 스스로 판단하여 유저들의 온·오프라인 상태 표시, 가상의 유저들의 닉네임과 가상의 채팅 상황 제시, 아이템 정보의 구성, 심지어 빠른 아이템 태킹(tagging) 기능까지 자동으로 생성하였으며 이 모든 과정이 단 8분 만에 이루어졌다.
각 서비스 강점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테스트한 결과 다른 바이브 코딩 서비스들도 동일한 프롬프트에 대해 유사한 결과물을 10~20분 내에 제시했다.
살펴본 것처럼 게임 제작과 서비스의 전체 주체는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도입하고 있으나, 공통된 변화의 본질은 ‘기술’의 발전으로 오히려 ‘기술’보다 ‘설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AI가 실행을 돕는 만큼 사람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기획자는 룰과 세계관을 구조화하고, 아티스트는 감각을 연출하며, 마케터는 사용자 경험을 조율한다. 그리고 AI를 통해 그 설계를 자동으로 구현하고, 수정하며 의도에 맞게 확장해 나간다. 즉, AI가 설계의 파트너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감정과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콘텐츠 산업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와 함께 창작을 재정의하는 다양한 규모의 제작자들이 있다. 게임 산업에서 AI 활용은 이제 단순히 최신 기술을 잘 익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누가 더 잘 설계하는가’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 창작자들과 서비스 전문가들이 있다.
신혜련 / 명지대학교 인공지능·소프트웨어융합대학 디지털콘텐츠디자인학과 교수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라남도 나주시 교육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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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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