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으로 미디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A2A 얼라이언스’와 소버린 AI 생태계가 미디어 주권 회복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의미와 실현 방안을 짚어본다.
인공지능(AI)이 미디어의 구조를 근본부터 뒤흔들고 있다. 정보 유통이 인간의 ‘클릭’에서 AI 에이전트의 ‘답변’으로 넘어가면서, 광고에 의존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붕괴 직전에 놓였다. 이 거대한 전환 속에서 개별 미디어 기업은 거대 AI 플랫폼과의 종속적인 제휴 외에는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길은 남아 있다.
AI가 촉발한 ‘신뢰의 위기’에 대응하고, 미디어 주권 회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미디어 A2A(Agent-to-Agent)1)얼라이언스’ 구축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개별 미디어가 각자의 AI에이전트를 개발하되, 공동의 프로토콜을 통해 서로의 콘텐츠와 논리를 검증하고 토론하는 ‘탈중앙화된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다. 이 비전의 궁극적인 형태가 바로 민주적 합의를 추구하는 ‘소버린 AI’ 생태계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미디어 기업들은 ‘신뢰’ 자체를 서비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재정의할 수 있다. 나아가 언블록미디어(unblockmedia.com)의 작은 시작처럼, 미디어 협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의 노력이 거대 플랫폼에 맞서기 위한 의미 있는 생존 전략으로 제시된다.
미디어 산업에 AI가 가져온 충격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의 존립 자체를 묻는 지각 변동에 가깝다. 그 양상은 기회와 위기라는 두 얼굴로 나타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AI는 콘텐츠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킨다. 대한민국 방송사들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해 기존 워크플로우(workflow)를 강화하며 즉각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AP통신은 AI를 통해 분기별 기업 실적 기사를 15배 더 많이 생산하고, 르몽드는 AI 번역을 통해 하루 30개의 기사를 영어권 독자에게 제공한다. 이는 분명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거대한 흐름은 파괴적 위기로 다가온다. 퍼플렉시티, 챗GPT, 구글의 AI오버뷰 같은 ‘답변 엔진’은 정보 유통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미디어의 콘텐츠를 학습하여 종합된 단일 답변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원본 기사를 보기 위해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제로 클릭 검색(Zero-click Searches)’이 일상화된다. 이는 미디어 기업에게 트래픽과 광고 수익의 고갈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미디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생산한 콘텐츠에 AI 플랫폼이 무임승차하는 ‘기생적 생태계’를 고착시킨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법적 투쟁으로 비화했다. 뉴욕타임스가 OpenAI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OpenAI가 수백만 건의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학습시켜 직접적인 경쟁 서비스를 만들었으며,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면 OpenAI는 AI 학습이 저작물의 가치를 변형시키는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소송의 결과는 향후 AI 기업과 콘텐츠 제작자 간의 관계를 규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는 개별 미디어가 거대 플랫폼과 홀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개별 미디어가 거대 플랫폼에 의탁하는 ‘중앙화된 동맹’은 결국 종속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대안은 미디어들이 힘을 합쳐 신뢰의 과정 자체를 주도하는 것, 즉 ‘미디어 A2A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소버린 AI’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버린 AI는 단순히 ‘한국형 LLM3)
’을 만드는 국가 대항전의 도구가 아니다. 진정한 ‘소버린’은 특정 권력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성과 주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단일 기업이나 국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미디어들의 AI 에이전트들이 공동의 프로토콜 위에서 서로의 논리를 검증하고, 토론하며, 합의에 이르는 ‘탈중앙화된 공론장(Decentralized Public Sphere)’ 그 자체다. 이 얼라이언스 안에서 각 미디어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집단적인 신뢰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공론장은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까? 핵심은 ‘개방형 프로토콜’과 ‘블록체인 기술’에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사가 생성되면 그 원본의 해시값(고유 식별값), 출처, 기자 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다른 얼라이언스 참여 미디어 에이전트가 해당 기사를 교차 검증하고 사실 확인을 마치면, 그 검증 기록 또한 블록체인에 추가된다. 이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사용자가 특정 이슈에 대해 질문하면, A 미디어 에이전트의 답변을 B, C 미디어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검증하고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토론의 전 과정이 이 프로토콜 위에서 이루어진다. 사용자는 특정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답변이 아닌, 다각적으로 검증된 ‘합의된 진실’에 더 큰 신뢰를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인간 저널리스트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AI 에이전트 간의 토론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자산은 바로 ‘현장에서 발로 뛴, 고품질의 원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AI는 시의회에 직접 참석하거나, 취재원과 커피를 마시며 인간적 신뢰를 쌓거나, 현장의 미묘한 감정적 분위기나 윤리적 딜레마를 체감할 수 없다. 인간 기자는 단순한 사실 전달자를 넘어, 복잡한 사안의 맥락을 짚어주는 ‘의미 분석가’이자, 공론장의 윤리적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독자들은 기계가 합성한 뉴스가 아닌, ‘인간 기자의 검증을 거쳐 얼라이언스가 합의한’ 정보라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미디어 기업들은 이제 개별 생존을 도모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의 주권을 위해 연대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거대 AI 플랫폼이 정보 유통을 장악하는 현실에서, 흩어진 미디어들이 각자 대응하는 것은 각개격파 당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자칫 실리콘밸리의 AI 거인들을 위한 ‘콘텐츠 농장’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이제는 새로운 주권의 길을 개척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언블록미디어 기사 게시 프로세스 ©언블록미디어 홈페이지
이러한 연대의 가능성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언블록미디어(Unblock Media)는 블록미디어(blockmedia.co.kr)와 블록체인투데이(blockchaintoday.co.kr)의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며 A2A 공론장의 작은 씨앗을 틔우고 있다. 이는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시작이다.
이제 작은 시작을 확장해야 할 때다. 인터넷신문협회와 같은 구심점을 중심으로 더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참여하여, A2A 통신을 위한 개방형 프로토콜 표준을 정의하고 공동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초기 투자는 거대한 중앙 AI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설계하고 작동하는 공론장을 구현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미디어 A2A 얼라이언스는 단순히 기술적 연대를 넘어, 저널리즘의 미래 주권을 되찾고 건강한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가장 절실하고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김민현 / 커먼컴퓨터 대표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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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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