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푸드 등 ‘K’가 붙은 문화콘텐츠는 그 수식 자체로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K를 떼고 나갈 차례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새롭게 제시한 Next K의 개념을 들여다봅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다는 것은 애써 성공 사례를 찾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명명백백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기사가 났었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전 세계인들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노래와 드라마를 듣고 보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화장품을 쓰고 우리나라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K-콘텐츠는 K-컬처의 창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니의 2025년 코첼라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인스타그램 jennierubyjane
우리는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기억합니다. 그 시기를 발판 삼아 성룡, 이연걸 등 수많은 스타가 할리우드로 진출했고, 할리우드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홍콩은 영화도 문화도 전 세계적으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요인도 있고, 문화, 경제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한때의 유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미국은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수출했습니다. 아메리칸 컬처는 어느새 글로벌 컬처가 되어있습니다. K-콘텐츠도 이제 글로벌 컬처를 지향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4 결산, 2025 전망 세미나에서 ‘Next K: 그 이상의 K’를 제시하며 다음 단계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해보았습니다. K가 들어가지 않은 K-콘텐츠를 말했습니다. 한국적인 색을 버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적인 것이 전 세계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4 결산, 2025 전망 세미나 현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J-팝은 아직도 J-팝인데 반해 망가는 J-코믹스 또는 J-망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망가는 전 세계인들이 소비하는 하나의 코믹스 장르가 되었습니다.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면 K-웹툰이 아닌 그냥 ‘웹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면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보편적인 코드를 고려한 개선이 있어야 합니다. K-푸드는 무슬림 문화권에 나갈 때 할랄을 신경 씁니다. “우리나라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삼겹살은 먹어야지”라며 무슬림들에게 금기인 돼지고기를 억지로 먹이지 않습니다. K-콘텐츠 속에는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지만, 타국인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적인 것들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가장 한국적인 요소가 포함된 콘텐츠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좋은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특유의 문화가 중심이 될 뿐만 아니라, 60년대생들이 공감할 만한 시대상을 보여줌에도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의 성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로튼 토마토 팝콘 지수 99%(2025년 5월 8일 기준)를 받아냈고, IMDb 평점도 9.2점(2025년 5월 8일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포스터 ©넷플릭스
우리 안에만 갇혀서 기술과 유행을 등한시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AI 등 차세대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해야 합니다. 기술은 콘텐츠 제작의 경제적 효율성과 질 자체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콘텐츠는 산업이기 때문에, 비용과 질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90년대 버블경제 시기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은 이제는 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기술은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생겨난 웹툰처럼 말입니다. AI, XR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생각하는 Next K에 대한 방향성은 지금까지 제작되었던 한국적 콘텐츠의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고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 기술 발전에 따른 신시장 개척을 놓치지 않아야 가능할 것입니다. 세 가지 모두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급한 세 가지가 다음 K-콘텐츠로 가기 위한 도구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도구를 쓸지, 몇 개의 도구를 쓸지, 우리가 제시하는 도구를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도구를 찾아내 쓸지는 K-콘텐츠의 주역인 독자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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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3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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