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세대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가.
오늘은 Z세대와 알파(α) 세대를 아우르는 잘파(Zα)와 함께 2025년을 관통한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자.
데이터 기록자, 순간 흡수형 서사, 경험의 시대 안에서
유영하는 잘파가 이끄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지금부터 따라가 본다.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는 Z세대와 알파 세대를 합친 말로, ‘Zα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익숙하게 쓰이고 있지만, 다시 정리하자면 1995~2009년생인 Z세대와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본격적으로 잘파세대의 특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두 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는지를 간단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Z세대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20대 후반까지로, 유치원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진짜 디지털 네이티브’다. SNS와 스트리밍 기반의 모바일 앱 환경이 곧 라이프스타일이며, 유튜브 시청 시간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세 배 이상 길다. TV보다 유튜브가 더 익숙하고, 전화나 카톡보다 DM으로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알파 세대는 누구일까. 밀레니얼 부모가 갓난아기 시절부터 유튜브로 ‘섬집 아기’를 들려주며 재웠던 아이들, 바로 그들이 알파 세대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가정의 소비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친척과 지인 등 10명 안팎의 ‘지갑’을 움직이는 존재로 ‘골드키즈’, ‘10포켓 키즈’라 불린다.
이처럼 잘파세대는 2020년대 빅테크 기업들의 소셜미디어 전성기 속에서 성장했다.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흡수하고, 콘텐츠를 확산시킬 줄 아는 세대다. 기업과 브랜드가 이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스크롤, 터치, ‘좋아요’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파세대의 콘텐츠 소비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빠름, 세로, 참여. 이들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세로형 숏폼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동시에 만들어낸다. 다시 말해, ‘리얼타임 크리에이터(real-time creator)’, 즉 보는 동시에 창작하는 세대다. 이들에게 콘텐츠는 단순히 ‘시청’이 아니라 즉흥적인 ‘상호작용’이다. 릴스의 댓글과 DM은 감상평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의 출발점이며, 공감과 참여의 언어다.
2025년 현재, 10~20대의 숏폼 콘텐츠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75분에 달한다1)
. 이들은 1.5배속, 2배속 재생에 익숙하며 ‘몰입’보다 ‘순간 흡수’에 최적화된 감각을 지닌다. 영상 초반 몇 초 안에 인트로, 세계관, 메시지를 판단하고 다음으로 이동한다. 15초짜리 예고편, 유튜브 섬네일, 릴스의 첫 3초 안무가 중요시되는 현상은 잘파세대의 집중력이 짧다는 뜻이 아니라, 콘텐츠를 스스로 편집하며 받아들이는 새로운 인지 방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잘파세대는 선형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스킵과 배속을 통해 본인의 머릿속에서 스스로 ‘편집권’을 행사한다.
그들의 세로형 릴스에서 보이는 ‘OOTD’, ‘야구장 브이로그’ 같은 영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정체성의 확장이다. 속도는 생각의 편집이고, 좋아요·저장·리믹스는 참여의 방식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이 3분 안팎의 짧은 영상 안에서도 기승전결의 서사를 구성하고, 그 안에 자신만의 감정선을 심어 넣는다는 것이다. 잘파세대 특유의 리듬일 것이다.
‘하우스 노웨어 서울’ 유튜브 캡쳐 화면
이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분법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잠실 야구장에서 팀을 응원하고, 성수동의 ‘하우스 노웨어 서울(젠틀몬스터 신사옥)’을 탐방하며, 한남동의 ‘골든피스’에서 약과를 사고,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순례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서 경험하느냐가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공유하느냐다. 이들은 ‘여기’, ‘이 순간’에 느낀 감정, 공간, 커피 한 잔까지도 스마트폰을 통해 기록하고, 편집하고, 공유하며 살아간다.
2018년 영화 <서치>는 SNS에 남긴 디지털 흔적만으로 실종된 딸을 찾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제 새벽 1시까지 안 자고 뭐 했어? 인스타에서 마지막 ‘좋아요’가 새벽 1시 넘었던데?”라는 말처럼, 그들은 이미 24시간 디지털 우주에 개인의 자취를 남기며 살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일상이 SNS와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기록되는 것을 ‘라이프로그’, 이를 남기는 행위를 ‘라이프로깅(Life-Logging)’이라 한다. 여행을 가면 풍경보다 기록할 수 있는 장면을 찾고, 카페를 가면 맛보다 조명이 더 중요해진다. 그들의 모든 오프라인 경험은 디지털에서 다시 살아나는 ‘콘텐츠의 원료’이자 ‘정체성의 조각들’이 될 수 있다. 어쩌면 태초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가는 스크린 에이저(Screen Ager)에게 라이프로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과거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의 학창 시절 일기장은 디지털에서 글, 사진, 영상으로 진화했다. 잘파세대는 콘텐츠를 본인의 선택에 따라 타인과 즉각적으로 공유하며 확산시키고, 그게 시장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는 대표적인 라이프로깅의 흔적들이며 잘파세대는 디지털 공간에서 경험을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자로 활동한다.
잘파세대의 라이프로깅 문화는 소비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첫째, ‘인증 사진 경제’가 부상했다. 그리고 그 인증 사진은 빅테크 기업들의 첨예한 알고리즘을 통해 해당 커뮤니티와 인접 커뮤니티에서 여지없이 확산된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더 이상 단순히 좋은 제품만 만들지 않는다. ‘사진 찍기 좋은’ 매장 디자인, ‘릴스 올리기 좋은’ 경험 설계가 필수가 됐다. 성수동이 힙한 동네로 급부상한 이유도, 팝업스토어가 마케팅의 핵심이 된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둘째, 콘텐츠 소비 방식이 숏폼으로 재편됐다. 넷플릭스마저 숏폼과 미드폼 콘텐츠를 실험하고, 각양각색의 서비스들은 15초~3분 영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셋째, 개인화 마케팅이 더욱 정교해졌다. 라이프로그 데이터는 개인의 취향, 동선, 관계망까지 드러내며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파세대는 자신의 삶을 기록함과 동시에 시장을 움직이는 데이터 생산자가 되었다.
잘파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 라이프로깅 문화는 영상산업의 미래를 점차 재설계해 갈 것이다. 첫째, 영상 콘텐츠의 제작 주체가 확장된다. 전통적인 영상산업은 방송사와 제작사, 감독과 PD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하나로 촬영부터 편집, 배급까지 되는 환경에서 이들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콘텐츠 소스로 변환하고 있다. 잘파세대에게 영상 제작은 노동이 아니다. 생성형 AI와 스마트폰이 결합한 다음 세대의 영상 생태계는 ‘한 명의 감독, PD 와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아니라, 수백만 명의 라이프로거(Lifelogger)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집단 서사로 확장될 것이다. 향후의 영상산업이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개인의 자기표현과 정체성 구축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콘텐츠 포맷의 혁신이 가속화된다. 세로형 숏폼에 최적화된 이들의 감각은 영화와 드라마의 서사 구조마저 바꾸고 있다. 3분 안에 기승전결을 담고, 첫 3초에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 새로운 문법이 주류가 되면서, 영상 제작자들은 ‘몰입형 서사’와 ‘순간 흡수형 서사’를 동시에 구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영상 서비스들의15초 예고편이 더 중요해졌고 콘텐츠의 분절화된 챕터 기능이 더 활성화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영상산업의 정량적인 척도가 ‘감상’에서 ‘공감·참여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콘텐츠 산업은 조회수, 시청률, 박스오피스 등 시청 지표 중심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잘파세대가 남기는 라이프로그와 그들의 좋아요 하나, 릴스의 ‘저장’ 한 번이 바로 감정 데이터와 시장 가치의 결합점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이렇게 영상산업은 점차 시청률 산업에서 공감률 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다.
셋째, 영상산업은 경험을 담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잘파세대에게 오프라인의 경험은 여가가 아니라, 콘텐츠의 원료다. 이들에게 팝업스토어, 체험형 전시, 콘서트, 야구장 응원 같은 모든 순간은 ‘찍히고 기록될 수 있는 무대’다. 따라서 영상 IP는 더 이상 스크린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직접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경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는 이제 ‘보는 것’에서 ‘경험하고 기록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영상산업 역시 영상 제작만으로는 완결되지 않는다. 공간 기획, 브랜드 경험, 소셜 확산 전략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가 팝업스토어와 협업하고, 전시나 테마 공간으로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잘파세대가 주도하는 미래의 영상산업은 ‘완결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3초짜리 릴스 하나가 다음 히트작의 힌트가 되고, 한 장의 인증 사진이 새로운 IP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영상산업은 이제 무조건 이야기를 창작하는 산업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을 포맷하는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노가영 / 콘텐츠산업 미디어 전문가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라남도 나주시 교육길 35
T. 1566.1114 | www.kocca.kr
2025년 11월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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