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서 언제나 따뜻한 위로와
조용한 웃음을 건네는 ‘최애’가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아끼고 사랑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에 작은 변화를 선사했다.
각 분야 전문가와 독자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조금 천천히 진심을 담아 전해본다.
흔히 예능PD라 하면 TV와 연예인을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 또한 어린 시절 TV와 TV 속 스타를 좋아했던 유년 시절을 보냈고, 그것이 PD라는 꿈을 꾸는 밑거름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예능 PD로 일하면서 느낀 바는 실제로 ‘최애’를 상정하고 사는 동료들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PD들이 현장에 온 팬들을 부러워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대가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낮은 자세의 관찰을 기꺼이 즐기는 집단이 바로 팬 혹은 덕후입니다. 이들은 지치지 않는 ‘애정 렌즈’를 장착하고 최애의 모든 것을 뜯어보고 또 뜯어봅니다. 그런 팬들이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와 콘텐츠는 유니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성에 애정까지 담겼으니까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낮은 자세에서 관찰하며 쌓아온 애정. 연출자로서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무기입니다. 최애가 있다면 당당히 더 누리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편은지 / KBS 예능센터 PD
나는 한때 하스스톤의 헤비 유저였고, 그 게임을 너무 좋아하게 되어 게임 회사에 사내 변호사로 이직까지 했었다. 게임 기획자였던 친오빠마저 “너는 밥 먹고 하스스톤밖에 안 하냐?”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하스스톤에 심취했고, 그 결과 PVP 배틀에서 아시아 48위를 찍어 본 적도 있다. 하스스톤을(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된 계기는 첫 아이의 출산이었다. 업무 시간 이후 늦은 밤이나 주말에 게임 했었는데, 갓난아이가 언제 엄마를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에 10분가량 이어지는 게임을 켜기가 부담스러웠다. 카드 게임의 특성상 한 번 카드를 모으지 않다 보니 점점 감이 떨어져서 자연스레 첫사랑 하스스톤과는 멀어졌다.
그러다 올해 다시 시작한 게임이 있으니 바로 포켓몬 GO다. 아이가 틀어 놓은 포켓몬 애니를 보다 보니 문득 예전에 포켓몬 GO를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여 앱을 다시 깔았더니 아직 아이디가 살아 있었다. 포켓몬 GO의 장점은 낮에는 로펌 변호사로, 저녁에는 두 아이의 엄마로 투잡(?)을 뛰는 워킹맘의 작고 소중한 자투리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아주 많은 플레이어가 여전히 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근처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하여 레전드 포켓몬을 잡을 수 있어 아주 뿌듯하다. 출퇴근길이 즐겁고 싶은 자여, 다시 포켓몬 GO를 깔아라. 그대의 피카츄가 부활할지니.
황혜진 /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저의 취미는 공연 관람입니다. 수많은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라이브의 생동감과 진심을 따라가긴 어렵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큰 위로와 에너지를 준 콘텐츠, 저의 최애는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엔분의일’입니다.
스무 살 무렵, 홍대의 작은 공연장에서 처음 그들의 무대를 보았습니다. 시작 전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넸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그 말이 무색할 만큼 쭉쭉 뻗는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작은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울림을 좇아 8년째 그들의 무대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엔분의일의 공연은 저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전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공연이 있는 곳이라면 무안, 부산, 광주, 제주, 강화도 등 낯선 도시를 향한 걸음도 즐거운 마음으로 내딛습니다. 특히 2년 전 평창에서 열린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던 순간, 추운 가을밤 속에서도 팬들과 함께 울고 웃던 기억은 잊지 못할 순간 중 하나입니다.
엔분의일의 음악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제 일상에 스며든 하나의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지칠 때마다 그들의 노래로 마음을 다독이고, 소통 창구를 통해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기분 좋게 채웁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그들을 닮아가고자 운동도, 등산도 하게 되었습니다. 최애의 존재 덕에 제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매일 느낍니다.
엔분의일의 음악은 제게 오늘을 살아갈 작은 위로이자 커다란 힘입니다. ‘우리 젊음을 나눠먹자, 엔분의일로’라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앞으로도 그들의 노래와 함께 기쁨과 슬픔, 젊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채린 / 초등교사
<N콘텐츠 매거진>은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당신의 최애는 무엇입니까?’ 라는
독자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늘 따뜻한 위로와 잔잔한 웃음을 건네는 ‘최애’는 우리 삶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옵니다.
각자가 아끼고 사랑한 순간들이 모여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총 45명의 독자께서 정성스럽게 의견을 보내주셨으나 모두 소개하지 못해 아쉬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다채로운 경험과 목소리는 콘텐츠 업계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과 영감이 흐르는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구독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의 최애는 밴드 데이식스입니다. 퇴근길에 데이식스의 음악이나 영상을 들으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풀립니다. 멤버 영케이의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고, 특히 ‘zombie’라는 곡은 힘든 시기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마음을 얻었고, 이후 팬미팅·콘서트·공개방송 등 적극적으로 응원해 왔습니다. 사계절을 함께 보내며 언제나 행복과 응원을 받는 최애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주변에도 ‘덕밍아웃’을 많이 하여, 친구들과 함께 데이식스의 신곡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나눕니다. 팬즈와 버블 등 소통 플랫폼 덕분에 더욱 가까이에서 응원할 수 있음이 기쁨입니다. 좋은 시대에 다양한 방법으로 최애를 응원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김필끼 / 콘텐츠산업 종사자
저의 최애는 ‘웹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입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화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느끼는 ‘흐름’과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마우스를 올렸을 때 부드럽게 반응하는 버튼, 스크롤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콘텐츠 등 작은 인터랙션 하나가 사용자에게 생동감을 주는 순간이 좋습니다. 그 작은 디테일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웹의 마법과도 같습니다.
저는 이 ‘최애’를 아끼는 마음을 코드와 구조로 표현합니다. 디자인 시안을 볼 때마다 ‘이걸 더 직관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의사 결정하고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새로운 라이브러리나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용해 보면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완성합니다. 또한 웹사이트의 동작 흐름을 Figma나 Notion으로 정리하고, UI 요소가 어떤 감정을 전달할지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을 즐깁니다.
김경진 / 콘텐츠산업 종사자
저의 최애는 애니메이션 나루토에 등장하는 록리입니다. 록리는 ‘노력의 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캐릭터로, 재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끈기와 의지로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항상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는 록리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록리의 신념은 제 삶에서도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록리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제게는 ‘인내와 성장의 상징’으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록리의 명대사나 장면을 찾아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해요. 또, 제 노트나 일기장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써두고 자신을 격려합니다. 단순히 팬심을 넘어, 그의 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록리를 가장 사랑하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차민석 / 학생
내 최애는 리그 오브 레전드 T1의 도란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멈추지 않고 성장해 온 과정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기울었다. 무대 위에선 치열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환하게 웃는 따뜻한 사람이란 점에 여러 번 힘을 받았다. 넘어져도 기꺼이 다시 일어서는 담대함, 팀과 승리를 위한 그의 진심은 내게도 용기를 준다. 삶이 버거운 순간마다 “나도 다시 해보자”라는 다짐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도란 덕분에 게임이 더 즐거워지고, 응원하는 순간은 일상 속 작은 행복이 됐다. 경기는 늘 챙겨보며, 그가 무대에서 싸울 땐 같이 긴장하고 환호한다. 공식 굿즈에도 애정을 담고, 작은 굿즈 하나도 응원의 마음을 표현한다. 도란의 상징 다람쥐를 볼 때마다 깊은 성실함과 꾸준함이 떠오른다. 내가 그를 아끼는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꾸준히 응원하고, 그의 존재가 내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나만의 최애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서혜인 / 기타산업 종사자
유튜브에서 인문교양, 특히 역사 관련 콘텐츠를 자주 시청합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KFN <역전다방> 등은 교과서나 전문 서적에서 접하기 어려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전문가 패널의 다양한 시선으로 재해석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 패널의 관점을 통해 역사적 사안에 대해 폭넓은 담론을 접하게 되고, 시청자인 저 역시 다각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하고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어, 이 콘텐츠들이 역사교육과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에 몰입하다 보면 패널 한 사람인 듯 감정 이입해 의견을 댓글로 피력하기도 하며, 정확성이나 과장 표현을 지적해 피드백이 반영되는 과정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제작진과 시청자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해,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자 참여형·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좋은 표본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아가 향후 OTT 시대 콘텐츠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기대해 봅니다.
전경욱 / 학계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라남도 나주시 교육길 35
T. 1566.1114 | www.kocca.kr
2025년 11월 2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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