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은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콘텐츠 산업의 주체이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작 동반자로 진화했다.
확산과 재창조의 힘, 그리고 공정한 보상이 어우러지는 생태계의 설계가 오늘날 콘텐츠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짓는다.
요즘 유튜브나 틱톡을 켜면 ‘리액션 영상’, ‘AI 커버곡’, ‘밈’이 넘쳐난다. 모두 팬들이 직접 만드는 2차 창작물, 즉 UGC(User Generated Content)이다. 이제 팬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공동 창작자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한 편의 드라마나 음악이 끝나면 그 감동도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팬들은 인상 깊거나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을 다시 편집해 짧은 영상으로 만들고, 밈으로 재해석하며, 심지어 팬픽과 팬아트로 세계관을 확장한다. 이러한 창작물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원작보다 더 널리 알려지는 경우도 많다.
SNS에서 유행 중인 하입보이 영상 콘텐츠 Ⓒ런닝맨 스브스 공식 채널
대표적으로 뉴진스의 ‘ETA 챌린지’나 ‘하입보이 밈’은 팬이 만든 콘텐츠가 공식 홍보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팬덤의 자발적 창작 활동은 ‘확산형 창작 경제’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즉, 콘텐츠가 소비되는 순간이 곧 새로운 콘텐츠가 태어나는 순간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팬의 감정과 참여가 곧 시장 가치로 전환된다.
팬이 만든 굿즈 보고 입사 제안하는 박재범 영상 @dingostory
팬아트 그리는 방법을 쉽게 알려주는 영상 콘텐츠 @oh1mo_art
팬이 만든 리액션 영상이 원작의 조회수를 올리고, 팬아트가 굿즈로 재탄생하며, 팬픽이 새로운 드라마나 웹툰의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제작사들도 이제는 팬들의 창작을 통제하기보다 협업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이브는 ‘팬 크리에이터 가이드라인’을 통해 팬이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를 명확히 하면서도 자유로운 창작을 장려하고, SM은 팬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운영하며 팬과 함께 IP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팬덤이 단순한 ‘소비자 집단’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공동 프로듀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팬덤 UGC의 힘은 ‘확산’에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세상에 다시 전한다. 그 열정과 창의성이 콘텐츠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한다. 앞으로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나 예산보다 팬덤의 자발적 창작력, 그리고 이를 존중하고 확산시키는 플랫폼의 생태계 설계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팬덤 UGC는 더 이상 부수적인 부가물이나 팬심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콘텐츠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축이자 미래형 경제의 원동력이다. 팬덤으로 인해 재가공된 콘텐츠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며, 콘텐츠 공개 시점이 한참 지난 후에 다시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팬덤을 통한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넷플릭스에서 본 드라마를 몇 번이고 다시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그런데 이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우리가 다시 볼 때마다 돈을 받을까?”
이 단순한 질문이 바로 최근 OTT 산업의 핵심 이슈인 ‘재상영 분배금(Residuals)’ 문제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TV에서 재방송되거나 해외에 팔릴 때마다 작가나 배우, 감독에게 일정한 보상이 돌아갔다. 그게 바로 ‘잔여가치(Residual)’였다. 하지만 OTT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콘텐츠가 한 번 올라가면 전 세계에서 무제한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재방송’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는 누가 얼마나 다시 보든, 몇 번을 스트리밍하든 대부분의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거의 없다. 이 불균형은 2023년 미국 작가·배우 파업(WGA·SAG-AFTRA Strike)의 핵심 쟁점이었다. 많은 작가가 “넷플릭스에서 수천만 번 재생된 작품으로 받은 잔여 수익이 고작 4달러였다1)” 라고 공개하며 분노했다. 결국 노조는 “시청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새 기준을 관철시켰다. 이후 일부 플랫폼은 ‘성과 기반 보상(success-based residuals)’ 제도를 도입해, 인기 콘텐츠에 추가 수익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작품이 일정 시청률 이상을 기록하면, 작가와 배우에게 성과급 형태로 일정 비율의 추가 보상을 제공한다.2)
이 변화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의 생명 주기가 길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한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다. OTT에서는 한 작품이 몇 달, 몇 년 동안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소비된다.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성되고, 2차 창작(UGC) 콘텐츠가 퍼져 나가며, 작품은 하나의 브랜드처럼 성장한다.
즉, 콘텐츠는 한 번 공개되고 끝나는 상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자산이 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이 가치가 어떻게 나눠지느냐이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려 하고, 창작자들은 시청 실적을 알아야 정당한 몫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투명한 데이터 공개와 공정한 수익 배분이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의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할리우드의 일부 스튜디오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 정산 시스템을 구축해 잔여가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재생될 때마다 자동으로 기록이 쌓이고, 작가나 배우가 자신의 보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팬덤 입장에서도 이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작품이 오랜 시간 서비스에 남아 있어야 팬들이 모이고, 커뮤니티가 유지된다. 잔여가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면 제작사와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유지·갱신할 유인이 생기고, 팬덤은 더 풍부한 생태계 안에서 활동할 수 있다. 결국 ‘재상영 분배금’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지속성과 공정성의 문제다.
OTT 시대의 콘텐츠는 한 번의 공개로 끝나지 않는다.
그만큼 창작자에게는 지속적인 보상이, 팬에게는 끊임없는 접근이, 플랫폼에는 투명한 정산 구조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다시 재생될 때마다, 창작자와 팬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새로운 질서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중심이 ‘팬덤’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작품은 단순히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팬들에 의해 ‘재창조’되고 ‘확산’되는 생명력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딪히는 두 개의 힘이 있다. 바로 저작권(Copyright) 과 창작의 자유(Copyleft)다.
오늘날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다시 해석하고, 패러디하고, 밈으로 만들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이른바 ‘팬 창작(UGC)’ 시대다. 하지만 그만큼 저작권(Copyright) 과 창작의 자유(Copyleft) 간의 경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이고, 반대로 카피레프트는 창작물을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철학이다. 문제는 이 두 가치가 자주 충돌한다는 점이다. 팬이 만든 영상이나 그림이 원작 홍보에 도움이 되더라도, 법적으로는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그 대표적 예다.
KBO 리그 팬들은 경기 장면을 재편집해 응원 영상을 만들지만, 중계권과 로고는 모두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최근 몇몇 구단은 이를 단속하기보다 ‘팬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유로운 창작은 허용하되 상업적 이용은 제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실적인 균형점이다.
영화 산업도 마찬가지다.
OTT에서 한 작품이 반복 재생될 때, 작가와 배우가 그에 맞게 보상을 받아야 하는 ‘레지듀얼 (Residual)’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콘텐츠가 계속 소비되는 시대에는 창작자와 팬, 플랫폼 모두가 함께 이익을 나눌 구조가 필요하다.
팬의 창의성을 억제하지 않되, 공식 가이드라인과 기술적 보호, 투명한 수익 구조로 질서를 세워야 한다. 콘텐츠는 이제 보호 대상이자 공유 자산이다.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팬과 창작자가 실질적 이익과 성장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팬덤 생태계(Sustainable Fandom Ecosystem)가 실현된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팬덤 생태계의 본질이며, 명확한 기준과 시스템이 그 출발점이 된다.
콘텐츠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이 아니라, 팬과 창작자가 함께 키우는 공유 자산이다. 저작권은 보호의 언어이고, 카피레프트는 창의의 언어다.
이 둘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대화할 때, 콘텐츠 산업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황오영 / JTBC(SAY) 콘텐츠사업국 국장
유현석(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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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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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미래정책팀
플러스81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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