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 핫트렌드 2
OTT 시대, 스포츠 콘텐츠는 움직이는 거야
글. 남혜연 기자

이미 ‘OTT 공룡’ 넷플릭스도 스포츠 중계를 시작했고, 애플 TV 그리고 국내에선 쿠팡플레이 등이 스포츠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대형 TV로 봐야 한다는 선입견이 깨진 것이다. 국내외 스포츠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중계 연출을 선보여온 IB스포츠 방송본부장 천성면 PD로부터 최신 스포츠 콘텐츠 트렌드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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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을 겪으며 높아진 스포츠 콘텐츠의 질

스포츠 콘텐츠는 진화하고 있다. 시대 흐름을 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시키며 팬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천 본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관중이 없으니 필요한 카메라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활용할 수 있었다."라면서 ”오히려 무관중 시대에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관중이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명장면을 포착할 카메라를 설치해 화면의 구성을 다양화한 것이다.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던 위치도 카메라의 차지였다. 제약이 없어진 만큼 다양한 화면을 구성할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형 디스플레이의 소비층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3년여 시간 동안 OTT의 수요가 폭발한 탓이다. 꼭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봐야 한다는 규칙이 퇴색된 것과 같다. 하지만 스포츠 콘텐츠는 ‘직관’의 묘미가 있기 때문에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다시 직접 관람이 활발해졌다. 천 본부장은 “스포츠 콘텐츠는 선수를 직접 보며 응원할 수 있다는 매력적인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이후 스포츠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목마름을 해소하려는 관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맞춰 스포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너무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 안 된다. 시청자의 눈높이는 메이저리그인데, 국내 리그 수준을 고수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라며 콘텐츠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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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선 양날의 검

흔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경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은 스포츠 콘텐츠를 소비할 때 실시간으로 즐겨야 의미 있다고 여긴다. 중계 연출자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전혀 출연자에게 간섭할 수 없는 게 스포츠다. “이벤트는 늘 발생하고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기술 발전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시청자는 이를 통해 현장성의 가치를 즐기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로케이션을 옮길 수 없으니 그곳에 갈 수 있는 시청자는 한정적이고, 못 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로 현장감을 주는 게 주요한 목표”라고 천 본부장은 강조했다.

OTT 세상의 스포츠 콘텐츠는 방송 콘텐츠에 비해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전에 방송으로 볼 수 없던 경기장 이외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수월하다. 예를 들어 방송에는 못 나가도 유튜브라면 라커룸 안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사적인 대화도 여과 없이 노출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도 시도할 수 있다. 스포츠 콘텐츠 소비층이 근래 들어 가장 흥미로워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프로 축구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울산 현대가 2021년 내놓은 자체 콘텐츠 ‘푸른 파도’가 좋은 예다. 선수단의 라커룸 대화 및 일상을 흥미롭게 연출한 이 콘텐츠는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영상물 최초로 OTT 서비스 왓챠에 편성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엔 티빙(제작 지원), 웨이브, imbc에 납품도 했다.

<푸른 파도> 사진 제공 | 울산현대

OTT 가입자 수 확보에 효과를 보이는 스포츠 콘텐츠

“이는 보수적인 스포츠계가 팬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변화된 모습 중 하나”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천 본부장은 “이제 구단의 이득과 선수 개개인의 유튜브 채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 다각화를 위해 극비 상황을 빼고 다 시도해 볼 수 있다. 명장면 하이라이트까지 숏폼 콘텐츠로 활용하는 OTT가 스포츠 시청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 콘텐츠에서 OTT는 거대한 파도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한계점 역시 들여다봐야 한다. 여전히 방송으로 스포츠를 보는 시청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휴대전화가 7인치, 15인치 이상으로 넓어졌지만, 작은 화면으로 스포츠를 보면 답답함을 피할 수 없다.

현재 스포츠 콘텐츠를 사들이는 국내 OTT의 주목적이 가입자 수 확대에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은 프로덕션이 제작을 전담하고 OTT 중계권도 팀별로 소유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OTT 플랫폼이 중계방송을 제작하는 단계까지 오진 못했다. 중계방송 제작은 여전히 TV 방송사의 몫이고 방송사 제작진의 경력과 노하우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OTT 중계권 시장 확대에 따라 중계권료 상승도 기대되는데, 높아진 중계권료는 다시 중계 제작 퀄리티 향상을 위해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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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콘텐츠가 답이다

결국 답은 콘텐츠다. 뛰어난 제작 능력을 보유하든, 잘 된 콘텐츠를 사들이든, 좋은 콘텐츠가 있는 곳에 시청자가 모인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콘텐츠 수급에만 전전긍긍한다면 K-콘텐츠 생태계 조성 자체에 힘이 빠질 수 있으므로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연출자가 버텨줘야 이 모든 것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과거 방송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즐기던 24~49세 남성의 상당수가 OTT, 유튜브, 숏폼으로 이동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그렇다고 방송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시청 포인트가 달라졌을 뿐이다. 특히 축구의 경우 젊은 층의 유입이 확실히 많아졌다. 여기에는 아마 손흥민이라는 빅스타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종목별 콘텐츠를 소비하는 층도 다르다.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게 스포츠 콘텐츠인 것 같다. 타깃층이 분명한 만큼 제작자도 이에 맞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천 본부장은 강조했다.

스포츠를 아는 사람이 만드는 스포츠 콘텐츠

마지막으로 천 본부장은 “아무리 OTT 시장이 강세를 보인다고 해도 방송 제작 노하우와 이를 받아들이는 마인드가 넓혀지지 않는다면 스포츠 콘텐츠는 발전할 수 없다.”면서 “IB스포츠의 경우 대부분의 제작진이 스포츠 콘텐츠 제작에 대한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어 슬로 모션 등의 효과를 최대한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각도로 시도할 수 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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