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N 정책 인터뷰
세계에서 오래 사랑받는 K-콘텐츠 IP를 키우겠습니다
글.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원장)

지금까지 ‘포켓몬스터’로 발생한 수익이 무려 약 120조 원. 2021년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액에 육박하는 금액이니 ‘슈퍼 IP’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콘텐츠 IP 비즈니스는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유현석 부원장을 만나 콘진원의 콘텐츠 IP 사업 재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1. 최근 콘텐츠산업에서 ‘IP’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텐데요. 막상 IP라고 하면 정확하게 무엇인지 막연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콘텐츠산업에서 말하는 IP는 정확히 무엇인가요?

IP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Intellectual Properties, 즉 ‘지식재산’입니다.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R&D를 통해 개발된, 특허를 통해 보호되고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원천기술이라는 용어로 많이 통용되었습니다. 콘텐츠산업에서 말하는 IP는 약간 다릅니다. IP는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지식재산 권리 묶음’을 말합니다. 즉,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콘텐츠를 활용해 제2, 제3의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관련된 상품, 서비스를 만들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Q2. 그렇다면 콘텐츠 IP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콘텐츠산업에서는 IP를 보유해야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포켓몬스터’는 1996년에 비디오게임으로 출시된 이후 모바일 AR 게임, 애니메이션, 머천다이즈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되었는데,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입이 12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꾸준히 매출을 일으키는 콘텐츠를 ‘슈퍼 IP’라고 부릅니다. 2021년 대한민국 콘텐츠산업 전체 매출액이 약 137조 원, 수출액은 14조 원이니까 포켓몬처럼 성공한 콘텐츠 IP가 갖는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슈퍼 IP의 예
구분 포켓몬
(1996 ~ )
헬로키티
(1974 ~ )
미키마우스
(1928 ~ )
스타워즈
(1977 ~ )
슈퍼마리오
(1931 ~ )
수익 120조 원 104조 원 91조 원 85조 원 47조 원
출처: www.titlemax.com
Q3.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BTS나 <오징어게임>, <핑크퐁> 등 한국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에서도 슈퍼 IP가 나올 수 있을까요?

최근 드라마,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흥행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죠. 이런 인기가 한순간 반짝하는 흥행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K-팝에서는 BTS 이후에 블랙핑크, 뉴진스 등 새로운 슈퍼 아이돌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고, 넷플릭스에서는 <오징어게임> 이후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더글로리>, <마스크걸>처럼 K-드라마가 계속해서 인기 순위 최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최근에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무빙>도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죠. 앞으로도 한류는 이런 흐름을 타고 꾸준히 성장, 확산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슈퍼 IP가 나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슈퍼 IP는 탄생한다기보다 만들어지는 것인데요.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콘텐츠라야 가능합니다. 슈퍼 IP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와 팬덤이 형성된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로 확장·발전하고 다양한 부가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장기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K-콘텐츠 슈퍼 IP’가 나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Q4. K-콘텐츠의 슈퍼 IP 확장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포켓몬스터를 비롯해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스타워즈 같은 슈퍼 IP들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습니다. 특히 머천다이즈 등 상품·서비스화를 통한 부가사업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포켓몬스터는 게임에서 출발했지만 게임으로 벌어들인 것보다 다른 부가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 콘텐츠산업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의 비즈니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가수, 배우 등 아티스트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가사업을 전개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나, 과거부터 머천다이징이 중요했던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에서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고 있지만, 콘텐츠 IP 강국들과 비교하면 비즈니스 규모가 아직은 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콘텐츠는 K-팝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 웹툰 분야에서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으니까 미국, 일본 콘텐츠와 다르게 새로운 형태의 슈퍼 IP로 성장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Q5. 그렇다면, 한국에서 슈퍼 IP가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강조해 말씀드린 것처럼, 슈퍼 IP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입니다.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흥행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비교적 수명이 짧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모든 권리를 넘김으로써 미래 기대수익 창출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이 콘텐츠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좋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콘진원은 중소 콘텐츠 기업이 IP 비즈니스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맞춤형 컨설팅을 해드릴 계획입니다. 또, 콘텐츠 IP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려면 서로 다른 산업과의 교류가 중요한데요. 요즘 식음료, 패션, 유통 등 다른 산업 분야에서 콘텐츠 IP를 활용한 마케팅이 많이 나타나고, 실제 좋은 성과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소 콘텐츠 기업이 인접 분야의 다른 기업들과 비즈니스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산업군마다 일하는 방식, 계약 조건 등이 많이 다르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만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정부와 콘진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K-콘텐츠 IP 비즈니스 지원 전략 체계

콘진원은 중소 콘텐츠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콘텐츠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관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콘텐츠 IP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 콘진원은 부원장 직속으로 콘텐츠 IP 전담팀을 신설하고,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K-콘텐츠 IP 글로벌 포럼’을 조직했는데 넷마블, 하이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GS리테일,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기업 IP 사업 책임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IP 보유 기업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한국 콘텐츠 IP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지 열심히 토론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1월 개최하는 ‘콘텐츠 IP 마켓’ 또한 국산 콘텐츠 IP를 보유한 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올해는 무역협회와 손잡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여러 이종 산업 분야 기업들과 다양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Q6. 콘텐츠 IP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계시는데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콘텐츠 IP 사업을 재편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콘진원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 IP 관련 사업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바꿀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장르와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막힘없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국산 콘텐츠 IP가 국내외 이종 산업과 활발하게 컬래버레이션 할 수 있게 여러 비즈니스의 장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B2B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슈퍼 IP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국내외 K-콘텐츠 팬덤과 함께 하는 IP 기반 B2C 메가 이벤트도 기획하려고 합니다.

콘진원은 지난 20년 장르, 산업별 제작 지원 위주의 원천 콘텐츠 생산 정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이게 한 축이라면, 앞으로는 K-콘텐츠가 IP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을 준비할 시점입니다. 콘진원의 새로운 IP 전략,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사진. 김대진(지니에이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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