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 N story 3
무형의 콘텐츠가 유형의 캐릭터로,
슈퍼 IP 선순환 구조를 위하여
글. 김경근(토이저러스 팀장)

‘슈퍼 IP’로 등극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 캐릭터는 다양한 굿즈나 완구 등으로 다시 태어나 인기를 이어간다. 무형의 콘텐츠로부터 유형의 캐릭터 제품으로 확장되어 대중에게 사랑받는 슈퍼 IP를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Shutterstock

캐릭터 기획과 유통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최근 ‘슈퍼 IP’라는 단어를 종종 듣게 된다. 슈퍼 IP는 비즈니스 분야에 따라 정의가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캐릭터 유통 분야에서 일을 하는 필자는 ‘2개 이상의 수익화 모델에서 고점을 찍은 IP’를 슈퍼 IP라고 정의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캐릭터 분야에서 슈퍼 IP의 기본은 ‘비즈니스 가능성’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슈퍼 IP에 대한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며 이는 곧 ‘수익’과도 같다. 물론 금전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원천 IP의 스토리나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천 IP가 탄탄해야 어느 한 분야에서 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고, 원천 IP의 수익 다양화를 위해 다른 형태의 스토리 혹은 캐릭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인기를 얻고, 수익까지 올리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원천 IP를 만드는 사람들이 쉬지 않고 고민하고,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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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콘텐츠 제작자들의 고민은 ‘창작’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창작 이후의 일, 즉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필수다. 내가 창조한 이 콘텐츠를 어디에 어떻게 알릴 것인지, 이 콘텐츠의 소비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아직도 세계적으로 성공한 콘텐츠를 보며 ‘저 작품은 운이 좋았어, 타이밍 덕분에 성공한 거야.’라고 자신의 실패를 애써 운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하지만 세상의 운은 쉽게 오지 않는다. 자기 콘텐츠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비즈니스적으로도 만반의 준비를 한 사람만이 운을 제대로 맞게 된다.

인지도와 구매도는 다르다

그렇다면 캐릭터 유통 분야에서의 슈퍼 IP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스토리 혹은 캐릭터의 인지도와 구매도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적으로 좀 더 효과적으로 슈퍼 IP를 만들고 싶다면 단순히 인지도만 높일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갑을 열 만한 요소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람들은 영상이나 이미지 즉 온라인으로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오프라인 공간에서 체험해보고 싶어 한다. 캐릭터 제품의 유통 비즈니스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단순하게 캐릭터 제품만 판매하는 것은 일회성 소비로 끝나기 쉽다. 캐릭터를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유형의 공간에서 체험을 하면 구매 지수는 더 높아진다. 요즘 매장에서 단순히 제품을 전시만 하기보다 팝업스토어나 부스를 만들고 그 안에 스토리를 넣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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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가 되는 소비자

캐릭터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슈퍼 IP’가 되기 위해서는 웹툰이 영화로, 캐릭터 완구로, 게임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콘텐츠 안에 확장 가능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 원천 IP 하나로 수많은 캐릭터를 생산해내는 예를 생각해보면 쉽다. <포켓몬스터>에서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포켓몬을 찾아 나서고, 그 포켓몬을 단련시킨다. 그리고 포켓몬 캐릭터마다 각각의 서사와 특징이 있다. 이런 작품은 일회성 인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세상, 즉 유니버스가 되고 소비자는 다양한 포켓몬 컬렉터가 된다.

최근 우리나라 캐릭터 완구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캐치! 티니핑’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티니핑이 계속 생산되면서 이야기는 확장되고 소비 역시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예에서 볼 수 있듯 오랫동안 사랑받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면 주인공 한두 명으로 끝나는 스토리보다는 확장성이 있는 스토리가 훨씬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SAMG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함께 자본력도 중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결국 누군가가 알아봐주고 성공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캐릭터 상품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중 노출이 꼭 필요하고, 제대로 된 캐릭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도 초기 자본력이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는 있는데 자본이 부족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의 기관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보기를 권한다. 한 번 지원금을 받아 시작했다면 그 열정을 식히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해서 다양한 투자처를 물색해보자. 지원과 달리 투자에는 나의 책임이 따른다. 시작은 지원금이었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은 후에는 더욱 책임감을 갖고 멋진 슈퍼 IP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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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IP, 저마다의 전문성을 인정하라

이미 캐릭터를 통해 성공한 외국 회사와 일을 해보면 그들만의 방식을 보게 된다. 그 회사들은 대부분 계약 전에는 소소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확인하지만 일단 뜻을 같이 모으고 일을 시작하면 각 분야 전문가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자기 생각을 바꾸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창작자와 제작자, 유통 전문가들이 제대로 협업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캐릭터를 통한 슈퍼 IP의 성공 사례가 부족하기에 사례 연구조차 하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IP의 각 주체가 얼마나 개입하고,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 등에 대한 데이터도 부족하다.

물론 원작자가 관여를 많이 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기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과 고집에 매몰되는 것이 위험하다는 건 자명하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글로벌 슈퍼 IP 캐릭터, 그리고 캐릭터 완구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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