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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IP로 가는 法
글. 백경태(법무법인(유) 신원 변호사)

하나의 원천 IP로 다양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더 큰 창작적 가능성을 추구하는 ‘슈퍼 IP 구축’은 콘텐츠산업의 보편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하지만 IP 활용이 복잡해진 만큼 점검해야 할 것도 많다. 슈퍼 IP 구축에 앞서 이런 법률 상식은 꼭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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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스트리밍 되고 있는 <무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주 연속 국내 OTT 콘텐츠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드라마 <무빙>은 강풀 작가의 웹툰 <무빙>이 원작인데, 원작 웹툰 역시 강풀 작가의 다른 작품인 <타이밍>, <어게인>, <브릿지> 등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무빙> 이후 다른 작품들도 영상화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한 작품을 영상화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에 여러 콘텐츠와 등장인물이 존재하며 큰 확장성을 지닌 콘텐츠를 ‘슈퍼 IP’라 부르곤 한다. <무빙> 또한 슈퍼 IP의 요소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콘텐츠 중에서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시리즈, 게임을 넘어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등장한 슈퍼마리오, 포켓몬 시리즈를 비롯해 해리포터,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모두 슈퍼 IP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슈퍼 IP로 확장 전 지식재산권 보호 및 확보 필요

OTT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가 동시에 세계로 제공되면서 콘텐츠의 파급력은 한 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그 인기에 힘입어 후속편, 외전 등을 비롯하여 게임 등 다른 종류의 매체를 통해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이게 된다. 이처럼 한 콘텐츠가 슈퍼 IP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기본이 되는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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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그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저작권법은 창작자에게 권리가 귀속되도록 하고 있으며, 상표법 등 다른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도 권리 귀속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제작 및 유통 시 당사자들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콘텐츠의 권리를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콘텐츠를 슈퍼 IP로 잘 가꾸고 배양하기 위해서는 원작자 혹은 제작사 등 해당 콘텐츠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당사자가 반드시 관련 법령을 잘 숙지하고 현명하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원작자와 제작사 간 분쟁을 줄이는 법

먼저, 이미 존재하는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원작자와 제작사가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는 자기 비용을 들여 제작하는 새로운 콘텐츠는 자신들이 창작한 새로운 저작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저작권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고, 이는 저작권법 규정상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제작사는 원작 등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새롭게 창작한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독자적인 후속작의 제작도 가능하겠지만, 후속작 역시 원작이 존재할 경우에는 이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로서는 후속 작품을 염두에 두고 원작자와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추가적인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후속 작품을 위한 제작 협상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다른 제작사들보다 우선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최우선 협상권’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런 계약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제작사가 자신들의 새로운 콘텐츠를 바탕으로 임의로 후속작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원작과의 유사성을 원인으로 한 저작권 침해 분쟁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때문에 제작사는 자신들이 제작한 콘텐츠의 안정적인 확장을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작자 강풀 작가가 직접 각색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작자는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2차적 저작물을 작성토록 하더라도 원작에 대한 저작권 등의 권리를 자신에게 유보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2차적 저작물의 경제적 파급력이 더 큰 경우가 많고, 그림책 <구름빵>을 비롯해 최근 만화·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사건을 살피더라도 원작자가 원작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 내지 수익 분배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작자는 단순히 특정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해서만 이용을 허락하는 내용의 계약을 토대로, 추가 콘텐츠의 제작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방법을 선호할 수 있다.

즉, 제작사의 콘텐츠를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경우에도 원작자가 제작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권리 및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무빙> 역시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대본 작업에 참여하며, 원작에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들을 새롭게 제작하는 등 원작자 스스로 자신의 작품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그와 동시에 권리를 확보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법령 이해와 명확한 계약 체결이 가장 중요

기존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제작사는 자신들이 계약을 통해 제작한 새로운 콘텐츠의 권리만을 보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플랫폼의 경우 자신들이 제작비를 지급하며, 제작사와 콘텐츠 제공 계약을 체결할 때 OTT 플랫폼이 콘텐츠의 저작권은 물론이고 해당 콘텐츠를 기반으로 더 큰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슈퍼 IP를 구축할 수 있는 일체의 권리를 양수하고자 하는 내용을 계약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는 편이다. 즉, 이런 경우에는 제작사가 원작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제작한 새로운 콘텐츠를 둘러싼 모든 권리가 OTT 플랫폼에게 양도되기 때문에 제작사로서는 추가적인 콘텐츠 제작이 여의치 않게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확보해놓은 저작권을 바탕으로 <오징어게임> 시즌 2를 선보일 예정이다. ©넷플릭스

이처럼 원작을 기반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더 큰 창작적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움직임이 되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적 흥행을 이끌었던 <오징어게임> 역시 같은 플랫폼에서 시즌 2를 선보일 예정인데, 이는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마블에서 소니로 그 권리가 넘어가 독립적인 프랜차이즈로 구축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연계되면서 그 세계관이 확정된 드문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주요 캐릭터의 권리 귀속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슈퍼 IP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원천이 될 수 있는 원작과 원작의 주요 요소인 캐릭터, 세계관 등의 권리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하나의 원작을 토대로 영상물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한 뒤 이를 토대로 새로운 창작을 이어가려면, 저작권 외에 상표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를 유념하여 추가 콘텐츠를 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작 내지 원작을 둘러싼 창작 요소들은 계약을 통해 명확하게 그 내용과 범위를 규정하고, 누구에게 그 권리가 귀속되는지를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나의 콘텐츠가 슈퍼 IP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씨앗이 되는 원작 혹은 원작 요소들의 권리를 누가 어떻게 보유하여 관리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대한 이해와 명확한 계약 체결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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