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 N story 2
K-웹툰과 K-드라마, IP 확장으로 함께 비상하다
글. 이재민(웹툰평론가)

웹툰과 드라마의 ‘윈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무빙>, <마스크 걸>, <국민사형투표> 등이 웹툰 원작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갔고 <스위트 홈> 시즌2, <이두나!> 등이 방영을 기다리고 있다. 콘텐츠 IP 확장은 콘텐츠산업 종사자의 바람. K-웹툰과 K-드라마의 상생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웹툰 원작 드라마, 경험치를 갖다

오늘 주목해볼 K-콘텐츠는 웹툰과 드라마다. 웹툰 원작 드라마가 처음부터 성공적이었던 건 아니다. 2007년 tvN에서 방영한 <위대한 캣츠비>를 시작으로 간헐적으로 등장하긴 했지만, 웹툰 원작 드라마는 생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던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11년 영화로 제작된 이후 2012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4년 <미생>의 대성공 이후 웹툰 원작 드라마의 상황은 크게 나아졌다. <미생>의 성공은 웹툰이라는 검증된 콘텐츠를 각색해서 낼 수 있는 파급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각색에 대한 방법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드라마만의 매력을 가진 <송곳>(JTBC, 2015), <냄새를 보는 소녀>(SBS, 2015), <동네 변호사 조들호>(KBS2, 2016), <부암동 복수자들>(tvN, 2017), <계룡선녀전>(tvN, 2018), <내 ID는 강남미인>(JTBC, 2018)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아쉬움을 남긴 작품도 존재했지만 이 기간 동안 경험을 쌓은 한국 웹툰 원작 드라마에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

©넷플릭스

©천계영/ 카카오 웹툰 스튜디오

<좋아하면 울리는>: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천계영의 <좋아하면 울리는>은 여러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려한 그림으로 유명했던 천계영이 3D를 전격 도입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점 등 작품 내적으로도 할 이야기가 많지만, 여기선 한국 웹툰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였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한국 웹툰과 드라마의 공존을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넷플릭스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2021년 시즌2까지 제작됐고, ‘송강’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했다. 송강 배우는 조연급으로 2017년부터 활동하다가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주연급 배역인 황선오를 맡으며 주목받았고, 이후 <스위트 홈>,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나빌레라>, <알고 있지만>에 이르기까지 2019~2021년 동안 웹툰 원작 드라마의 주연을 5편 연속 맡기도 했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사례는 웹툰이 단순히 원천 소스 제공뿐만 아니라, 유망한 배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장으로도 기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JTBC

©넷플릭스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 홈>, <DP>, <지우학>: ‘글로벌 히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후 코로나 시대와 마주하게 된 <이태원 클라쓰>와 <스위트 홈>이 보여준 성과는 K-드라마는 로맨스 장르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장르에서는 ‘배우의 힘’이 아니면 해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깼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약하다고 평가받은 ‘크리처물’에 속하는 <스위트 홈>은 일종의 ‘현상’을 보여주며 시즌 2, 시즌 3까지 제작되어 2023년 연말, 2024년 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웹툰 원작의 신기원을 열었다. 원작 작가인 광진 작가가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살리는 힘 있는 대본을 직접 써서 국내는 물론, 일본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두 작품의 등장은 2020년대 ‘웹툰 원작 드라마’의 시대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고 등장한 <DP>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고 <지금 우리 학교는>이 다시 웹툰 원작의 흥행 기록을 이어받아 54개국 1위, 15일간 1위를 기록하고 주간 집계로는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웹툰의 글로벌 흥행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카카오페이지/©SBS

<경소문>, <마스크 걸>, <국민사형투표>, <무빙>: 웹툰 원작 전성시대

이후에도 <경이로운 소문>(OCN, 2020), <마스크 걸>(넷플릭스, 2023), <국민사형투표>(SBS, 2023), <무빙>(디즈니+, 2023) 등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을 한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에 매달리기보다 플랫폼을 다변화해가며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IP의 생명을 늘려주는 IP의 확장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웹툰 원작의 시대 이후 한국 드라마는 더 이상 로맨스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농담처럼 “한국의 형사물은 경찰이 연애하고,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는 의사가 연애한다”라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 무색하게 다양한 장르가 폭발하듯 등장하고 있다. 오컬트, 복수극은 물론 히어로물까지 ‘한국에서 이런 건 하기 어렵다’는 장르들이 모두 보란 듯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네이버웹툰

©넷플릭스

동시에 제작 환경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 웹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고, 드라마가 론칭하며 동시에 웹툰을 선보이기도 했다. 웹소설은 연재가 끝난지 4년 만에 네이버 시리즈 1위에 올랐고,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웹툰은 6위(2023년 9월 5일, 네이버웹툰 인기순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IP 확장을 통해 IP의 생명을 늘리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마스크 걸>과 <국민사형투표> 역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사례처럼 이미 완결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임에도 다시 한번 화제가 되면서 원작과의 차이, 각색의 묘미를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JTBC

‘콘텐츠는 다양하게 뿜어져 나올 때 힘을 발휘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다양한 사례는 산업적 성취에만 머물지 않는다. 웹툰과 드라마라는 매체가 섞이면서 그동안 K-드라마에 부족했던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웹툰의 경우 연재가 끝나면 화제를 모으기 힘들다는 한계를 극복하는 장치로, 드라마의 경우는 장르 편중이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계기로 역할하면서 말 그대로 ‘상생(相生)하는’ 확장의 사례로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는 다양하게 뿜어져 나올 때 힘을 발휘한다’라는 진리가 실현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웹툰 원작의 드라마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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