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N 인터뷰
슈퍼 IP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글. 남혜연 기자

K-콘텐츠산업이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슈퍼 IP가 필수다. 이에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비즈니스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여러 제작사, 매니지먼트사 등과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해 슈퍼 IP를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장세정 영상사업부문장을 만나 슈퍼 IP 개발을 위한 시스템과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장세정 영상사업부문장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부문장 장세정입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등에서 재무, 경영기획 등을 맡았으며, 2019년 카카오M에 합류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부문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영상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스튜디오입니다. 노하우를 갖춘 제작사들과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배우 매니지먼트사를 자회사로 두고, 본사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만드는 멀티 스튜디오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멀티 스튜디오 체제’라는 외형적 구조를 갖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부문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작가나 감독 같은 창작자들과 배우들, 그리고 이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획, 투자, 유통, 마케팅 등 콘텐츠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전문가들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영상 콘텐츠 사업 핵심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작품들을 국내외에 선보이며 글로벌 스튜디오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수리남>을 비롯해, 사나이픽처스가 제작해 칸 영화제 초청을 받은 <헌트>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총 30여 편의 작품을 기획, 제작 중이며 하반기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와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 등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도적: 칼의 소리>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거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슈퍼 IP가 필수입니다. 언제 처음 슈퍼 IP의 필요성을 절감하셨나요?

TV와 극장뿐 아니라 OTT와 유튜브, SNS를 통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들은 물론, 웹툰과 웹소설, 음악 등 많은 콘텐츠들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과 기술 발달로 세계인이 동시에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K-콘텐츠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거대 자본과 네트워크를 가진 글로벌 엔터 기업들과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요즘,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슈퍼 IP 확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을 ‘원스톱’으로 추진해 IP를 확장하는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여러 제작사의 창작력과 모회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화 역량, 유통 능력 등이 시너지를 낸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이 슈퍼 IP를 만드는 필수 요소일까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콘텐츠 제작의 원스톱 프로세스가 아닌, ‘멀티 스튜디오 레이블 시너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제작사들을 인위적으로 통합하지 않고, 각 사의 개성과 색깔, 강점을 유지하면서 이를 고유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강화해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토대로 각 사의 독창적 크리에이티브가 담긴 작품을 기획하고, 서로의 강점을 결합해 공동 제작하는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글로벌 슈퍼 IP를 만드는 것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목표입니다.

이에 10여 개의 제작사들이 자회사로 있으며, 이들이 독립적으로 개성을 유지하며 크리에이티브를 살려 제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최적의 제작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새롭고 독창적인 콘텐츠들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슈퍼 IP를 기획,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며, 자유롭게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 인프라를 토대로 크리에이티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악> 사진 제공 | 디즈니 플러스

또한, 강력한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탄생한 IP가 글로벌 파워를 갖춘 슈퍼 IP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통하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진화시키는 IP 비즈니스 역량도 필수적입니다. 이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가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작품 기획 개발, 사업화 역량, 법무/재무 경영 인프라 등 콘텐츠 비즈니스 노하우를 토대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글로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 제작 등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는 대형 글로벌 프로젝트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9월 27일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최악의 악>은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바람픽쳐스와 액션 누아르 장르에 탁월한 사나이픽처스 두 자회사가 힘을 합친 작품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동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올 하반기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 크리처>는 크리에이터-제작-아티스트 IP까지 카카오엔터 본사-자회사 간의 시너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크리에이터그룹 글LINE 강은경 작가가 집필하고, 정동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제작은 글앤그림미디어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동 제작을 맡았습니다. 또한, 산하의 어썸이엔티 소속 배우 박서준이 출연해 힘을 더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본사와 자회사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슈퍼 IP를 기획, 개발하면서 자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스토리-미디어를 잇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만의 IP 밸류 체인 시너지를 통해 해당 IP를 확장하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디즈니와 NBC 유니버설은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콘텐츠 기업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은 이 회사들의 시스템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할리우드와 한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환경이 달라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직접적으로 구조를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디즈니, 유니버설 등 글로벌 엔터 기업들은 일찍부터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제작사를 자회사로 두고 시너지를 만들며 슈퍼 IP에 집중해 왔습니다. 개성과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고, 인위적인 통합보다는 각 사가 독립적으로 다양한 작품을 기획, 제작해왔다는 점은 저희와 비슷합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뿐 아니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과도 유기적으로 결합해 멀티 스튜디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달군 K-콘텐츠의 힘은 탄탄한 실력을 갖춘 크리에이터들은 물론, 매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에게도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크리에이터의 작품에 캐릭터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배우가 참여함으로써 작품과 배우의 IP 파워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은 BH엔터의 박해수, 킹콩by스타쉽의 유연석 등 카카오엔터 산하 매니지먼트 소속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영역을 넘나들며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각 자회사의 강점을 살린 공동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추진 중입니다. <수리남>으로 첫 드라마 프로젝트에 도전한 윤종빈 감독은 두 번째 드라마 <나인 퍼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작품은 영화사 월광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제작을 맡을 예정입니다. 또한, 배우 매니지먼트사 BH엔터는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최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공동 제작해 선보이며 국내와 해외에서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밖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IP를 스튜디오 레이블을 통해 기획, 개발하며 IP 확장을 추진하는 것 또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멀티 스튜디오의 차별적인 경쟁력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만여 개에 달하는 웹툰, 웹소설 등의 스토리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들은 각자 스토리부터 직접 기획해 제작하면서도 이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력적인 스토리 IP를 원작으로 고유의 개성과 크리에이티브를 담아 기획, 개발해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사내 맞선>, <남남> 등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 IP를 원작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공개돼 큰 인기를 얻었고, <악연>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스토리 IP 원작에 재미와 감동을 더해 탄생한 작품들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 IP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런 IP 확장과 진화를 통해 더 강력한 파워를 가진 슈퍼 IP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내 맞선> 사진 제공 | SBS

이렇게 다양한 드라마, 영화 등의 히트작을 개발하고 유통하면서 느낀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의 장점, 그리고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멀티 스튜디오의 필요성 등은 대부분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처음 영상 콘텐츠 사업을 시작해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3년여 만인 지난해부터 <사내 맞선>, <수리남>, <헌트> 등의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아직은 스튜디오 체제를 더 안정화, 고도화하며 성과를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제작사, 매니지먼트사 등 자회사들과 더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시너지를 내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으며, 새롭고 과감한 도전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들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기대작들을 소개해주세요

하반기에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얼마 전 김남길, 서현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갖춘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가 개봉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간도로 향한 이들이 조선인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나가 되어 벌이는 액션 활극입니다. 9월 27일 공개된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제작 자회사들이 의기투합해 바람픽쳐스와 사나이픽처스가 제작을 맡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 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지창욱, 위하준 등이 출연했습니다.

4분기 글로벌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 크리처> 역시 하반기 기대작입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배우 박서준이 타이틀롤을 맡았으며, 강은경 작가가 집필하고 정동윤 감독이 연출, 글앤그림미디어가 제작,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시대의 어둠이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인간의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크리처 스릴러물입니다. 10월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의 차기작 <무인도의 디바>가 tvN에서 방송되며,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화란>도 개봉 예정입니다.

<경성 크리처> 사진 제공 | 넷플릭스

K-콘텐츠산업이 더욱 많은 슈퍼 IP를 개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슈퍼 IP 확보를 비롯한 다각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K-콘텐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투자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모전 개최 등을 통해 신인 발굴 육성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6월의 ‘2023 드라마 영화 공모전’은 영상화 소재 발굴뿐 아니라,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며 수상작의 영상화 작업 외에도, 수상자들에게 개별 멘토링 등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2019년 첫 진행한 대규모 신인 배우 통합 오디션을 통해 기회를 얻은 신인 배우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통해 활약한 BH엔터테인먼트 주종혁이 대표적입니다. 이 외에 VAST엔터 등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은 신인 배우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로고스필름, 메가몬스터 등의 자회사들도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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