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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I칼럼] 일본 대중문화와 방송개방에 대한 이해
  • 분야일반
  • 장르방송
  • 등록일2010-05-01
  • 조회12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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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영덕

 

문화관광부가 2003년 9월 16일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개방계획의 골자는 1차 개방의 만화, 3차 개방의 대중가요공연에 이어 내년부터 영화, 게임, 음반시장의 빗장을 완전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정서, 문화적 파급력, 산업적 여파를 고려해 방송과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관련단체와 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개방 폭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대중문화 정책의 성격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의 출발은 한일양국간에 존재하는 역사적 특수성에 의해 조건지어진다.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일본 대중문화 유입금지 정책은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명약관화한 관계성의 토대 위에서 파생되었으며 제도적 근거가 취약한 일본의 대중문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국 차별적인 정책임에도 그 동안 지배적인 반일정서를 모태로 정책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반세기 동안 존속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 대중문화 개방불가정책에는 이처럼 순수하게 문화적 논리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역사적 조건이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대중문화 유입금지정책은 처음으로 사회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정서와 현실적 실체간의 유리가 확인되었고 이의 심화로 제도적 피로감은 누적되어왔다. 그리고 오랫동안의 이항대립적인 논의를 거쳐 1998년 10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명분과 현실 추인적인 성격을 띤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발표되어 사실상 과거 역사와 문화의 분리가 정치적으로 뒷받침되었다.

 

다만 정부는 전면개방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시간적 유예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개방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단계적 개방은 전면개방을 위한 과도기적인 조치이며, 일본 대중문화의 완전개방을 지향하는 정책적 의사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과거 역사를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 유입금지정책은 50여년의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아이덴티티와의 접맥을 통해 이의 기반을 보강하는 등 질적 변화를 수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국내 대중문화의 산업화과정과 조응하면서 종전의 반일정서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적 영향이라는 방어논리가 새롭게 일본 대중문화 유입금지와 단계적 개방 정책의 존재의의를 근거지우는 축으로 가세하게 된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핵심은 방송

 

 

일본 대중문화 영역에서 예외적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방송분야이다. 방송분야는 제 3차 개방에 이르러서야 포함되었고 보도,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으로 방송허용폭도 제한되었으며 드라마, 버라이어티, 음악 등의 오락프로그램은 개방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처럼 방송이 타 대중문화 영역과 달리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현실은 한마디로 방송이 갖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에서 비롯된다. 타 대중문화 영역은 수용자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해, 방송은 가장 보편적인 유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청 및 소비가 일상적이며 심지어 무의식성 속에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잠재적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방송개방이야말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핵심사안 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방송 개방은 일본 방송프로그램을 개방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방송허용으로 정작 개방되는 것은 프로그램 형식이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이다. 다시 말해 방송매체를 통해 일본 방송프로그램 내용에 담겨있는 일본인의 문화양식과 행위가 한국민에게 대량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의 부가가치는 보편적인 접근성과 막강한 전파력을 지닌 방송매체를 통해 필연적으로 문화적 수용과 산업적 지불을 동반하는 메카니즘 위에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개방분야의 특성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된다. 이러한 확대재생산적인 순환구조는 아시아의 한류에서도 확인되고 있는데 이의 발원지가 드라마였다는 점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는 반일정서, 문화적·산업적 파장에 대한 우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방송매체의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현 단계에서 미개방의 오락프로그램은 전면개방보다는 단계적인 개방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전통제가 가능한 영화와 달리 방송영역은 제도적 여과가 어려운 사후심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선진적인 드라마,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등은 모두 우리의 문화수용과 연관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오락프로그램의 개방은 타 대중문화 영역보다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뉴미디어 선행형 전면개방론의 현실적 유용성
 

 

그렇다면 추가 방송개방의 폭은 어느 수준이 타당할까? 다만 방송개방 폭의 확정은 실천적 레벨인 만큼, 명확한 선긋기가 어려운 작업이다. 일반 상품과 달리 수요 예측이 곤란한 방송프로그램의 특성, 매체별, 프로그램별로 무수한 개방 시나리오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도 정치(精緻)한 개방 폭의 확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 관련 기관 및 업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제 4차 개방 폭이 확정되겠지만, 개방안의 하나로 감히 (주관적 독단의 위험을 무릅쓰고) 제언하자면, 뉴미디어 선행형 전면개방이 합당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뉴미디어 선행형 전면개방이란 위성방송, 케이블TV의 뉴 미디어에서 오락 프로그램을 개방하고 차후에 이의 파장 여부를 고려해 지상파방송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상기의 개방안은 뉴미디어가 지상파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방송매체의 접근성과 사회적 영향력 면에서 떨어지는 만큼, 추가 개방에 따른 국민정서, 문화적 산업적 파장에 대한 우려를 일정부분 희석시킬 수 있으며, 역으로 뉴미디어 채널의 컨텐츠 공급난을 부분적으로 해소할 뿐 아니라 향후 지상파방송에의 개방 확대를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로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절한 대안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최근 일본에서 '가을동화'에 이은 '겨울 연가'의 히트로 상호주의적 입장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뉴미디어 선행형 개방은 추가 방송개방에 대한 기대 수준에도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는 개방내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추가 방송개방에 따른 우려가 완전하게 불식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여론 조사(2002.7)에서도, 이와 같은 우려가 뒷받침되고 있는데 일본 방송 개방에 대해 국민의 대다수는 전면개방보다 매체별(80.5%), 장르별(77.3%) 단계적 개방을 선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방송산업(38.9%)과 대중문화(41.4%)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과거사 해결 없이 일본 방송개방은 안 된다는 입장도 35.6%나 되었다.

 

추가개방에 따른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사후 방송심의, 프로그램 등급제, 방송사의 자율심의 등의 실효성 제고, 외국 프로그램 편성비율 고시의 탄력적 운용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방송개방은 일국차별적인 정책의 종식인 동시에 타 외국과 동일한 잣대의 적용을 의미하는 만큼, 신규규제 신설과 같은 접근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이보다는 우리 방송프로그램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국내사업자의 일본 방송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영상산업연구센터 연구원 김영덕

담당부서미래정책팀 담당자김효은 문의전화061-900-6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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